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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범이면 한국에 재판관할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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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실종 KAL기의 폭파범인으로 보이는 가짜 일본여권을 소지한 2명중 바레인에 살아남은 「하치야·마유미」의 신변인도가 외교적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현재 드러난 여러 가지 상황이 시사하듯이 이들이 KAL기 폭파범이라는 용의점이 드러나거나 판명될 경우 우리측은 당연히이 여자의 신병인도를 요구하게 된다.
일반적으로는 국제범죄의 경우 국제법상 재판관할권은 범인인도 협정이 1차적으로 적용되며 이 협정이 체결되지 않았을 경우에는▲범인의 국적지▲사건발생지▲피해당사국중에 어느 한나라가 재판관할권을 갖게되어 있다. 한·바레인간에는 범인 인도협정이 체결돼있지않아 바레인이 인도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항공기 범죄에 대해서는「항공기내에서 범한 범죄및 기타 행위에 관한 도쿄협약」 등 ICAO(국제민간항공기구)관련 조약들의 적용을 먼저 받게끔 되어있다.
도쿄협약 제3조1항은「항공기의 등록국은 동항공기 내에서 범하여진 범죄행위에 대한 재판관할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마유미」의 KAL기 폭파용의가 드러날 경우 바레인은 신병을 우리측에 인도할 의무를 갖는다고 관계자는 보고있다.
바레인으로서는 우선「마유미」에 대한 수사를 통해 신병을 인도해야 할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가려야겠지만 바레인은 사건의 발생지도, 범인의 국적지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 국제법상 테러는 정치범죄로 보지않으므로 정치범 불인도 원칙에도 해당되지 않는것이 명백하다.
따라서 도쿄협약에 따른다면 이들이 KAL기 추락에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만 얻을 경우 국적이 어디든, 어느곳에서 폭발물 장치를 했든 신병인수에 따른 법적 문제는 별로 없는것으로 보인다.
그러나「마유미」가 범행관련사실을 끝까지 부인하고 아무런 증거를 바레인당국이 찾아내지 못한다면 위조여권을 소지한 불법입국이라는 단순 범죄로 국한돼 일단은 바레인과 일본의 양자문제로 남게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일본측은 적군파및 그동안 일본내에서 일어난 사건들과의 관련여부를 수사하기 위해 당연히 이들의 신병인도를 바레인측에 요구할 것이다.
정부로서는 일단 바레인의 영토주권을 존중해 1차적으로는 바레인이 수사권을 갖고있다는 신중한 자세를 보이면서 수사진행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데 용의점이 드러날 경우 인도요구를 한다는 방침이다.
만일 이사건이 이들의 소행으로 판명되고 조총련등의 개입사실이 확인되면 우리로서는 일본정부에 도의적 책임문제를 거론할수 있으며 배후인물의 신병인도 문제등 한일간의 외교문제도 발생한다.
지난 74년 문세광사건의 경우는 배후조종자 김활룡등의 인도문제를 놓고 한일간에 미묘한 외교문제가 발생했으나 결국 배후조종자를 일본측에서 강력 수사하는 선에서 그쳤다.
당시 우리 정부는 문의 배후에 조총련이 있다는 정보를 일본측에 제시하고 김활룡을「공동정범」으로 인정해 신병인도를 요구한바 있다.
이에 대해 일본측은 신병인도를 거부하고 배후혐의자를 강제 수사하는선에서 우리측의 요구를 받아들였으며 결국 배후를 밝히지 못한채 수사를 종결한바 있다.
일본측은 조총련의 배후관련 여부에 대한 확증이 없으며 한일간의 범죄인 인도협정이 없음을 들어 이를 거부한바 있다.
또 일본내에서는 문의 범행을 정치적 동기에서 나온것이라고 해석,「정치범 불인도원칙」 이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문세광사건과 성격상 근본적으로 달라「마유미」의 범행이 확인될 경우 보다 강력하게 이 문제에 대처할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일본형법학계의 통설도「살인의 예비죄에 대해서는 살인의 행위가 국외에서 이루어진 경우에도 그 예비행위가 일본내에서 이루어진 때는 살인예비죄가 성립된다」는 것이어서 여권위조에 관련됐거나 사건에 개입된 배후세력들에 대한 처벌의 법적뒷받침을 해주고있다.<이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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