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민간인 희생 … 단양 ‘곡계굴 사건’ 진상 밝혀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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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6·25 전쟁 당시 미국의 폭격으로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된 충북 단양 ‘곡계굴 사건’을 규명하고 희생자를 지원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동굴 피난민에 미군이 폭격 가해 #유족들 “360여 명 숨졌다” 증언 #유해발굴·의료비 등 지원법안 발의

자유한국당 권석창 의원(충북 제천·단양)은 ‘단양군 곡계굴 사건 및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사건 진상규명과 추모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8일 밝혔다. 곡계굴 사건은 1951년 1월 20일 오전 10시쯤 충북 단양군 영춘면 상2리에 있는 곡계굴에 피난한 민간인을 향해 미군이 폭격을 가한 사건이다. 이 폭격으로 동굴 안에 있던 피난민들이 포탄 폭발과 연기 질식으로 희생됐다.

2006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곡계굴 사건 조사에서 민간인 172명이 희생됐다고 발표했다. 단양군 상리에 사는 유족들은 이곳 원주민과 강원 영월·태백 등에서 피난을 온 사람을 합해 약 360여 명이 숨진 것으로 증언하고 있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은 곡계굴 사건을 비롯한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희생자 진상규명, 희생자의 유해발굴 및 추모사업, 민간인 희생자의 명예회복, 의료비 지원 등을 담고 있다. 권 의원은 “법을 제정해 곡계굴 사건의 진실을 알리고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후손들에게 교육장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곡계굴 사건은 생존자 일부와 후손 63명이 단양 곡계굴 유족회를 만들어 매년 1월 20일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2004년 특별법이 제정된 충북 영동 ‘노근리 사건’과 달리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한 지원 근거 법률이 제정되지 않았다. 단양군 조례를 통해 위령제 행사 비용이 지원되고 위령비가 건립됐다.

조병규(70) 단양 곡계굴 유족회장은 “네 살때 곡계굴 사건으로 할아버지와 고모 등 가족을 잃고 생존해 계신 작은아버지도 후유증을 앓고 있다”며 “정부가 진실을 밝히고 희생자들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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