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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드 급하지 않다던 다음날, 북 순항미사일 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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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이 또 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달 10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다섯 번째 도발이다. 일주일에 한 번꼴이다. 북한은 8일 오전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 방향으로 단거리 지대함(地對艦)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여러 발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원산서 최대고도 2㎞, 200㎞ 날아가 #금성-3형 지대함 순항미사일 가능성 #미 항모 등 해상목표 타격 시험한 듯 #중거리·대공·대함 등 종류 다양해져 #고체연료 ICBM도 연내 발사 가능성

합참 관계자는 “정확히 몇 발을 발사했는지 한·미가 파악 중”이라며 “발사체의 최대고도는 약 2㎞, 비행거리는 약 200㎞”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달 14일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시작으로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북극성-2형(지난달 21일)→대공 유도미사일 번개-5형(KN-06·지난달 27일)→스커드-ER 개량형 대함탄도미사일(ASBM·지난달 29일) 등을 발사했다. 북한은 이날 발사한 지대함 미사일을 포함, 5종의 신형 미사일을 잇따라 성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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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부지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정식으로 진행하게 되면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려 사드 배치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오래전부터 진행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할 만큼 긴급을 요하는 사안은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음 날 북한은 보란 듯 미사일을 쐈다.

북한은 지난해에는 19차례, 올해는 11차례 각종 미사일을 발사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다양한 사거리와 용도의 미사일을 갖추려는 ‘다종화’ 전략을 추구하면서 미사일 발사 횟수가 부쩍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네 차례의 미사일 발사현장엔 모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있었다.

그는 현장에서 북극성-2형과 번개-5형의 대량생산을 지시할 정도로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직접 챙기고 있다.

정보 당국은 북한이 지난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 기념 인민군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지대함 미사일을 이날 시험 발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당시 미사일은 발사관 4개를 갖춘 궤도차량형 이동식발사대(TEL)에 탑재됐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소련의 순항미사일인 Kh-35을 북한이 지대함 미사일로 개조한 금성-3형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금성-3형 등 사거리가 길고 정밀도가 높은 지대함 미사일 전력을 늘리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바다를 통해 미군 전력이 한반도로 접근하는 걸 차단하는 해상접근거부망을 구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지난달 29일 원산 일대에서 시험 발사한 스커드-ER 개량형 ASBM도 마찬가지다. 당시 북한은 매체를 통해 “정밀조종유도 체계를 도입한 탄도로켓으로 해상·지상의 임의 목표들을 정밀타격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미사일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인 스커드의 사거리를 늘린 스커드-ER에 광학장치와 전방조종날개(카나드)를 달아 정밀도를 높였다.

북한이 해상접근거부망을 완성하면 유사시 한반도 해역의 미군 증원은 물론 핵심 전력인 핵추진항공모함의 운용도 방해를 받게 된다. 금성-3형 지대함 순항미사일은 사드 체계의 요격 대상이 아니다.

군 "금성-3형 미사일은 SM-2로 요격 가능”

미사일은 비행방식에 따라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로 나누는데 사드는 탄도미사일 요격무기 체계다. 순항미사일은 제트엔진에 의해 일정한 고도와 속도를 유지하면서 비행하지만 로켓추진체로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은 발사 후 높게 올라간 뒤 낙하하는 포물선 탄도를 그린다. 군 관계자는 “금성-3형은 우리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에 실린 SM-2 미사일로 요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4·15 열병식 때 소개한 미사일을 속속 시험 발사하며 미사일 개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며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2종도 올해 안에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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