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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호 반년만의 귀갓길…"수사에는 계속 협조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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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61)씨 조카 장시호(38)씨가 8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국정농단 사건 구속 피의자 가운데 풀려난 건 장씨가 처음이다.
이날 0시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장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둠이 깔린 구치소 길을 혼자서 천천히 내려온 그는 검은색 재킷과 바지를 입은 탓에 멀리서 잘 보이지 않았다.
장씨는 정문 앞에 잠시 멈춰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지난 6개월 동안 특검팀 조사와 법원 재판을 받기 위해 호송버스를 타고서야 나갈 수 있던 문을 걸어서 나갔다.

8일 자정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 #가족 대신 변호인이 마중 나와 #국정농단 구속 피의자 중 첫 석방

 구치소 떠나는 &#39;특검 도우미&#39; 장시호  (의왕=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최순실씨와 공모해 삼성그룹 등에서 후원금 명목으로 18억여원을 받아낸 혐의로 수감 중이던 장시호씨가 8일 새벽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2017.6.8  stop@yna.co.kr/2017-06-08 00:08:45/<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구치소 떠나는 '특검 도우미' 장시호 (의왕=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최순실씨와 공모해 삼성그룹 등에서 후원금 명목으로 18억여원을 받아낸 혐의로 수감 중이던 장시호씨가 8일 새벽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2017.6.8 stop@yna.co.kr/2017-06-08 00:08:45/<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죄송합니다."
카메라 조명과 취재진의 질문을 한몸에 받은 장씨는 말을 아꼈다. 고개를 숙인 채 별다른 표정은 없었다. "정유라씨가 대기업 지원에 대해 모른다고 했는데 거짓이냐""출소 소감이 어떠하냐"는 등 계속되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이동했다.
"앞으로도 검찰 수사에 협조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작은 목소리로 "네"라고 답한 것을 끝으로 바로 앞에 대기 중이던 변호인의 차에 올랐다. 이날 장씨의 가족들은 구치소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특검 수사 때부터 장씨의 변호를 맡아온 변호사가 귀가를 도왔다.

장씨는 최순실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과 함께 삼성그룹·한국관광공사 자회사로부터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8억원을 부당하게 지원하도록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 기소됐다. 6개월째 구치소와 법원을 오가며 재판을 받아왔다.

장씨는 이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형사소송법상 1심 선고 전 피고인을 구속해 둘 수 있는 기간은 최대 6개월이다. 통상 6개월 안에 재판을 마치고 선고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장씨와 최씨, 김 전 차관 사건에 대한 심리를 모두 마쳤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기소되면서 검찰 구형과 변호인의 마지막 변론을 듣는 결심 공판을 미뤘다. 박 전 대통령 혐의와도 관련돼 있는 사건인 만큼 함께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장씨 외에 구속기간이 만료된 다른 국정농단 관련자들은 새로운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석방되지 못했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혁신추진단장,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장씨보다 먼저 구속됐지만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검찰이 추가 기소해 새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오는 11일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김 전 차관도 지난해 국회 국정조사에서 위증한 혐의로 추가 기소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장씨의 석방이 국정농단 구속 피고인들 중 전후무후한 사례가 될 수 있는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장씨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당시 결정적인 증거와 진술을 내놓아 '특검 도우미'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모 최씨가 사용하던 태블릿 PC를 특검에 제출하고 박 전 대통령 차명폰의 존재와 번호를 알리는 등 중요한 단서들을 제공했다.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거침 없는 답변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법원 재판 과정에서도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자백했던 장씨는 결국 반 년만에 구치소 문을 나서게 됐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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