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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한 조율속 중일 관계 해빙무드....중국의 동북아 새판짜기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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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 문제와 역사문제로 앙앙불락이던 중ㆍ일 관계가 회복 수순을 밟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중국의 일대일로(육ㆍ해상 신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하자 중국은 외교부 환영 논평과 보도를 통해 화답했다.

두 나라 정상은 다음달 초순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회담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체계 문제로 한국과 거리를 두고 있는 중국은 중ㆍ일 관계 개선을 통해 동북아 지역 정세에 변화를 모색하며 주도권을 잡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일간 환구시보는 7일 1면 머리 기사와 사설로 일본에 호의적인 논조의 보도를 했다. 평소 이 신문이 보여운 반일 강경 성향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보도였다.
 환구시보는 ‘일대일로에 대한 호감은 무엇을 의미하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아베 총리의 발언은 중ㆍ일 관계 개선을 원한다는 신호로 보인다”면서 “일본의 일대일로 참여 언급이 진심이든 아니든 이런 변화는 가치가 있으며 이를 시작으로 더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1면 기사의 제목은 ‘아베가 일대일로에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 가지를 전달하다’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5일 열린 집권 자민당 대회에서 주먹을 쥐어 보이며 연설하고 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5일 열린 집권 자민당 대회에서 주먹을 쥐어 보이며 연설하고 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앞서 아베 총리는 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사가 주최한 ‘아시아의 미래’ 만찬 연설에서 “일대일로는 바다 동쪽과 서쪽 사이의 다양한 지역을 연결할 잠재력이 있는 구상”이라며 “협력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2013년 9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일대일로 구상을 주창한 이래 일본 총리가 참여 의사를 보인 첫 발언이었다.
그동안 일본에선 일대일로 구상을 중국의 세력권 확대 전략으로 간주하고 경계하는 시각이 강했다. 아베 총리의 발언은 나아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에 일본의 참여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즉각 아베 총리의 발언을 환영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외교부 대변인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대일로 구상은 중ㆍ일 양국 간 상호협력, 공동발전의 플랫폼이자 실험의 장이 될 수 있다”며 “일본이 일대일로 구상의 틀에서 중국과 협력에 대해 논의하고, 중ㆍ일 양국 관계 개선의 희망을 정책과 행동으로 실현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양국간에 긴밀히 조율된 수순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지난달 16일 일대일로 정상포럼 참석차 방중한 길에 별도로 시진핑 주석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아베 총리의 친서를 전달했다. 아베 총리는 친서에서 “적절한 시기에 중국 고위 지도자의 일본 방문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 자리에서 친서를 열어본 시 주석은  “양국 관계가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며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뒤이어 중국 외교의 사령탑인 양제츠 국무위원(부총리급)이 29일부터 일본을 방문해 아베 총리 및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 등과 두루 회담했다. 양 위원은 특히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전국장과 다섯 시간에 걸친 전략대화를 했다. 양제츠-야치 대화는 반드시 중일 정상회담으로 이어진 전례로 볼 때 7월초 함부르크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삼는 시진핑-아베 회담 의제와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지난해 중단된 한중일 3국 정상회의의 연내 일본 개최와 이를 계기로 한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방일도 논의했을 것이란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리 총리의 방일은 중일평화우호조약 체결 40년을 맞는 내년 시 주석과 아베 총리의 교차 방문 성사로 향해 가는 징검다리가 된다. 시 주석의 방일이 성사되면 중국 최고지도자로선 8년만에 일본 땅을 밟는 것이 된다.

지난달 16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영빈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네번째)이 일본 집권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 일행과 회담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지난달 16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영빈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네번째)이 일본 집권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 일행과 회담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이같은 흐름은 한ㆍ중 관계 경색의 장기화와 함께 지역 정세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한ㆍ중 밀착을 통해 미국ㆍ일본 동맹이 주도하던 대(對)중국 포위망을 무력화시키고자 했다.  2차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은 2015년을 전후해 대일 역사전쟁을 펼치며 박근혜 정부와 공조를 취해 온 게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사드 배치 결정을 계기로 전략적 환경이 바뀌자 중국은 한국과 거리를 두면서 일본과의 관계 복원을 통해 지역 정세의 판을 새로이 짜며 자국의 영향력 유지와 전략적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징=예영준ㆍ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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