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옴 진리교 사건'이 등장한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 법원의 재판 속도에 강하게 반발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일본의 ‘옴 진리교 사건’을 예시하며 법원의 주 4회 재판에 반대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7일 열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에서 이상철 변호사는 “적정한 재판 절차에 따른 실체적 진실 발견과 신속한 재판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땐 적정한 절차를 지키는 게 우선이다”면서 “일본의 옴 진리교 사건은 10년에 걸쳐 겨우 1심이 끝났는데, 국정 농단 사건이 더 중요하고 복잡하면 했지 못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옴 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 [중앙포토]

옴 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 [중앙포토]

앞서 재판부는 월·화요일에 삼성 뇌물 관련된 혐의를, 목·금요일엔 SK와 롯데의 뇌물 혐의를 심리하는 주 4회 재판 일정을 정했다. 법조계에서는 형사소송법상 1심 구속 기한이 6개월인 점을 고려해 3월31일에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이 끝나는 10월 전에 심리를 종결하겠다는 방침으로 해석됐다.

이에 변호인단은 최종 확정 판결까지 16년이 걸린 ‘옴 진리교’ 사건을 언급하며 법원의 ‘속도전’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 사건은 1995년 일본에서 종말론을 주장해온 신흥종교단체 옴 진리교가 도쿄 지하철역에서 사린가스(신경기능을 마비시키는 맹독성 가스)를 살포한 테러 사건이다.

옴 진리교 사건은

교주인 아사하라 쇼코가 1984년 요가를 수행하는 옴 신선회의 도장을 열고 이후 후신인 옴 진리교를 창시했다. 그는 “일본의 왕이 돼 세상을 지배하겠다”는 ‘산바라화 계획’을 세웠다.
‘우주의 창조 유지 파괴’를 뜻하는 힌두교의 문구 ‘옴’에서 따온 옴 진리교의 신도들은 힌두교의 파괴의 신인 ‘시바’를 주신으로 믿었다. 특히 공중 부양 자세로 명상을 하는 아사하라 쇼코의 사진이 실린 잡지가 유명해지면서 초능럭ㆍ요가ㆍ신비주의 등을 따르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옴 진리교가 크게 유행했다.

아사하라 쇼코는 “인류가 세균과 핵 무기로 최후 종말을 맞는다”며 “옴 진리교 신자들은 95년 11월 아마겟돈을 극복하고 천년왕국을 영위할 것”이라고 설법했다. 그리고 95년 3월20일 오전 8시쯤, 도쿄 지하철역에서 사린가스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지하철 3개 노선과 5개 차량에서 13명의 시민이 사망하고 600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 조사 결과 아사하라 쇼코 교주와 교단이 그동안 설파해온 ‘종말’을 실현하기 위해 꾸민 일로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옴 진리교의 간부 및 신자 190여 명이 살인·살인 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96년에 시작된 아사하라 쇼코의 재판은 8년 뒤인 2004년 2월 1심 선고가 났다. 260여 회에 달하는 재판에서 552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당시 아사하라 쇼코는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2심을 거쳐 주모자들의 형량은 사건 발생 16년 만에야 확정됐다.

◇“대통령 이전에 연약한 여자”=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들은 또 “(피고인이) 전직 대통령이기 전에 66세인 고령의 연약한 여자”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요즘 대부분 입식 생활을 하는데 구치소에 수용되면 좌식으로 바뀌어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박 전 대통령도 다리가 저리고 허리가 아픈 증세가 재발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박 전 대통령은 피고인이기도 하지만 국민의 과반수 지지로 일국 최고 지도자로 올랐던 우리 모두의 영원한 전직 대통령이다”며 예우를 갖춰달라고 요청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의 체력이 감당 못할 수도 있고 변호인도 증인신문 등 공판을 준비하는 데 어려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증거 기록 분량이 방대하고 신문할 증인이 수백명에 이르는 등 심리할 사항이 많아 주 4회 재판은 불가피하다”고 재차 밝혔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