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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뒷전으로 밀리면 국민만 피해"… 해경, 해수부 산하로 원위치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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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정부와 여당이 당·정·청 회의를 열고 정부조직 개편 추진을 발표한 뒤 해양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해양경찰청의 해양수산부 외청 복귀로 ‘세월호 참사’ 같은 대형 해양 안전사고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2014년 11월 출범한 뒤 2년6개월 만에 문을 닫게 된 국민안전처. [중앙포토]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2014년 11월 출범한 뒤 2년6개월 만에 문을 닫게 된 국민안전처. [중앙포토]

정부조직 개편으로 2014년 11월 출범한 국민안전처는 간판을 내리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 관련 기관을 통합·운영하겠다는 취지로 출범시킨 지 2년 6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해경과 소방청은 국민안전처에서 분리되고 재난 관련 기능은 행정안전부로 통합된다.

정부조직 개편, 해경 2년6개월 만에 해수부 산하 외청으로 복귀 #해수부 "경제논리 "vs 해경 "감독·통제" 기능충돌, 안전소홀 우려 #전문가들 "반복되는 해양사고 예방 위해 두 기관 분리 바람직"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때부터 자치단체와 경찰·소방·해경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재난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지휘·보고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이번 개편에서는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일부에서는 “행정자치부와 해양수산부의 파워게임에서 해수부가 승리한 결과”라는 평가도 내놓았다.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국민안전처 소속 '해양경비안전본부'에서 해양수산부 외청으로 복귀하게 된 해양경찰청. [중앙포토]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국민안전처 소속 '해양경비안전본부'에서 해양수산부 외청으로 복귀하게 된 해양경찰청. [중앙포토]

해양 관련 전문가들은 해경의 해수부 외청 복귀에 반대하고 있다. 해경이 해수부의 경제논리에 가로막혀 수사 등에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해경이 안전업무에 충실하도록 경찰·소방청 등과 함께 행정자치부 외청으로 편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김현수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해양법) 교수는 “해경이 해수부 아래로 가면 이전(박근혜 정부)과 다를 바가 없어진다”며 “행자부의 덩치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부처간 힘겨루기가 이뤄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그런데도 해경을 해수부 산하로 보낸다면 해수부의 해경 감독·통제기능을 최소화하는 게 맞다”며 “해수부가 해경의 인사권 등을 갖고 통제한다면 사실상 ‘독립’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정욱 연세대(행정학과) 교수는 “정부는 국민을 안심시키고 안전을 어떻게 지켜낼지에 목표를 두고 조직개편을 진행해야 한다”며 “해수부와 해경의 기능 충돌로 안전이 후순위로 밀리면 결국 모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국민안전처 소속 '해양경비안전본부'에서 해양수산부 외청으로 복귀하게 된 해양경찰청. [중앙포토]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국민안전처 소속 '해양경비안전본부'에서 해양수산부 외청으로 복귀하게 된 해양경찰청. [중앙포토]

해경 내부에서도 “대형 해양사고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해양산업 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해수부 산하에 해경이 편제되면 경제논리 때문에 안전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해경 고위 관계자는 “해양안전에 대한 강력한 견제가 없으면 또다시 국민이 희생되는 사고가 발생할 것”이라며 “안전은 구조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견제하고 예방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양경찰청 차장을 지낸 윤혁수 부경대(해양생산시스템 관리학부) 초빙교수는 “경제와 산업이 우선인 해수부와 안전이 먼저인 해경을 묶으면 갈등이 발생한다”며 “반복되는 해양재난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경제와 안전을 분리하고 상호 견제하는 원리가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안해양경비안전서 대원들이 불법조업 중국어선에게 정선명령을 내린 뒤 고속단정으로 접근하고 있다. [중앙포토]

태안해양경비안전서 대원들이 불법조업 중국어선에게 정선명령을 내린 뒤 고속단정으로 접근하고 있다. [중앙포토]

반면 정부와 정치권은 ‘해양’이라는 넓은 의미에서 두 기관을 함께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1996년 해양수산부가 출범하면서 20여 년간 해경이 해수부 산하 외청 기관이었다는 이유도 들었다. 세월호 사고 이후 국가적 재난관리를 위해 국민안전처를 신설했지만 재난과 안전사고 발생 때 즉각적인 대처가 이뤄지지 못한 문제점도 제기했다.

이명수 의원(자유한국당)은 “사회적 재난이 발생하면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각 부처별로 재난안전관리법에 따라 대응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법안 심의과정에서 해수부와 해경의 견제·균형문제를 다룰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진호·최모란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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