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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 '청개구리 이야기'의 실제 배경은 어디?

중앙일보

입력

전래동화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신화·전설·민담 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일부 지자체는 "우리 마을 이야기"라며 전래 동화 속 주인공의 이름을 딴 마을을 만들기도 한다. 전남 곡성의 '효녀 심청 한옥마을', 전북 남원시 아영면과 인월면 성산리 일대에 들어선 '흥부 마을'같은 곳들이다.

경기도내 전래동화들의 배경 지역 살펴보니 #'청개구리'는 양평군 '이괄의 이야기'에서 유래 #'선녀와 나무꾼'은 이천시 효양산이 배경 #분당시에는 '은혜갚은 두꺼비', 구리시엔 '바보온달 이야기'

경기도에도 마을에서 대대손손 이어져 온 이야기가 전래동화가 된 곳이 있다. 그중에서도 양평군 떠드렁산은 '청개구리 이야기'의 본거지로 유명하다.

'청개구리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 경기도 양평군의 떠드렁산. 청개구리 이야기는 조선시대 인조반정의 공신인 '이괄 설화'에서 유래됐다. 최모란 기자

'청개구리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 경기도 양평군의 떠드렁산. 청개구리 이야기는 조선시대 인조반정의 공신인 '이괄 설화'에서 유래됐다. 최모란 기자

"옛날 옛날 한 옛날에 말썽꾸러기 청개구리가 살았다. 이 청개구리는 엄마의 말은 듣지 않고 늘 반대로 행동했다. 어느 날 엄마 청개구리가 병이 들었다. 엄마 청개구리는 아들에게 '강가에 묻어달라'고 유언했다.  '산에 묻어달라'는 뜻을 반대로 전한 것이다. 하지만 청개구리는 그동안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며 엄마의 유언대로 강가에 묘지를 만들었다. 이후 청개구리는 비만 오면 무덤이 떠내려갈 것 같아 슬프게 운다고 한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떠드렁산은 양평군 양평읍 오빈리와 양근리 사이 강가에 홀로 떨어져 있는 조그마한 바위섬이다. 이곳은 조선 시대 인조반정의 주역이었지만 이후 반란을 일으킨 이괄(1587~1624)과 연관이 있다.

어린 시절 이괄은 청개구리처럼 아버지가 시키는 일을 무엇이든 반대로 했다고 한다.

평소 풍수지리에 관심이 많았던 이괄의 아버지는 죽기 전 자신의 묏자리로 떠드렁산을 봐 놨다. 아래로는 강이, 위로는 산이 있는 명당자리였다. 하지만 시신의 머리가 강 쪽으로 가도록 반대로 묻어야 후손들이 번창할 수 있는 지세라고 한다.

이에 이괄의 아버지는 죽기 전 아들에게 "시신의 머리가 산을 향하는 자세로 바로 묻어달라"고 유언했다. 이렇게 하면 아들이 반대로 묻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괄은 아버지의 유언대로 묘지를 만들었다. 이괄의 난이 실패하면서 이런 이야기가 널리 퍼졌고 이는 '청개구리 이야기'로 전해지고 있다. 떠드렁산 앞에는 이런 내용을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경기도 이천시 효양산은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전해진다. 하지만 설화 속 나무꾼은 아내가 아닌 아들을 얻는다. 사진은 서희테마파크 안에 있는 사냥꾼에 쫓기는 사슴 동상 [사진 서희역사관]

경기도 이천시 효양산은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전해진다. 하지만 설화 속 나무꾼은 아내가 아닌 아들을 얻는다. 사진은 서희테마파크 안에 있는 사냥꾼에 쫓기는 사슴 동상 [사진 서희역사관]

'선녀와 나무꾼'이 태어난 곳도 경기도다. 사냥꾼에게 쫓기던 사슴이 자신을 숨겨준 나무꾼에게 선녀가 목욕하는 연못 위치를 알려준다. 선녀의 옷을 훔친 나무꾼은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 선녀와 결혼해 아이를 낳는다는 이야기다.

나무꾼이 사슴을 만난 장소는 경기도 이천의 효양산으로 전해진다. 사슴을 구해준 사람의 이름은 서신일. 여든이 넘도록 자식이 없던 그는 어느날 효양산에 나무를 하러갔다가 위험에 처한 사슴을 구해주었다고 한다. 그날 밤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그대가 구해준 사슴은 내 아들이다. 고마움에 대한 보답으로 내가 아들을 점지해 주겠다"며"그 아들은 나라의 큰 인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서신일은 열 달 후 정말로 아들을 얻었다.

서씨의 늦둥이 아들은 고려 광종 때 내의령(內議令)을 지낸 정민공 서필(徐弼·901~965)이다. 서필은 아들을 셋을 두었는데 이중 둘째 아들이 외교 담판으로 거란의 80만 대군을 물리친 서희(徐熙·942~998)다. 서씨 후손들은 자신들이 벼슬길에 오르고 이름을 떨칠 수 있었던 것을 사슴의 은덕으로 여겼다. 이런 이야기가 '선녀와 나무꾼'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현재 효양산에는 서희를 기리는 서희역사관과 서희테마파크가 있다.

성남시 분당구에는 '은혜갚은 두꺼비'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내용은 이렇다. 마음이 착한 한 처녀가 배가 고파 마을로 내려온 두꺼비에게 매일 밥을 줬다. 이 마을엔 해마다 18살된 처녀를 지네에게 제물로 바치는 풍습이 있었는데 처녀가 제물로 뽑혔다. 두꺼비가 이 지네를 물리쳐 은혜를 갚았다는 이야기다.

배경이 된 곳은 분당동에 있는 '두껍능산'이다. 야트막한 야산이었는데 지금은 개발로 파헤쳐져 현재는 그 자리에 분당동주민센터가 들어섰다.

경기 구리시 아차산 입구에 있는 '온달과 평강공주' 동상. 아차산은 온달과 평강공주가 신접살림을 차린 곳으로 유명하다. [사진 경기문화재단]

경기 구리시 아차산 입구에 있는 '온달과 평강공주' 동상. 아차산은 온달과 평강공주가 신접살림을 차린 곳으로 유명하다. [사진 경기문화재단]

구리시 아차산은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가 살던 곳으로 유명하다. 울보인 딸을 달래기 위해 왕은 "자꾸 울면 바보 온달에게 시집을 보낸다"고 농담을 했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은 평강공주는 "온달에게 시집을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다 궁에서 쫓겨났다. 이후 평강공주는 온달에게 무예를 익히게 해 장군으로 만들었다.
이들 부부가 살았던 아차산 입구에는 이들 부부를 기리는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런 내용은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가 지난해 말 발간한 『경기도 문화 원형 상징』에도 담겨있다.
윤여빈 경기학연구센터장은 "경기도내 31개 각 시·군의 설화와 전통 등을 살펴본 결과 지역별로 독특한 문화원형을 발견했다"며 "이런 문화원형을 관광 등에 접목하면 다양한 문화콘텐트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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