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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패배' 정현 "5세트 니시코리 멘털 인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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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어제 경기했다면 내가 좀 더 유리했을 것 같다."

프랑스오픈 32강전, 일본 니시코리에 2-3 석패 #비 때문에 이틀 혈투 "전날 계속 했다면 유리했다"

야속한 비였다. 정현(21·한체대·세계 67위)이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 32강전에서 니시코리 게이(28·일본·9위)를 상대로 이틀 혈투 끝에 아쉽게 졌다.

2017 프랑스오픈 정현-니시코리 게이 32강전 [사진 대한테니스협회]

2017 프랑스오픈 정현-니시코리 게이 32강전 [사진 대한테니스협회]

정현은 4일 프랑스 파리의 롤랑 가로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남자 단식 3회전(32강)에서 니시코리를 세트 스코어 2-3(5-7, 4-6, 7-6, 6-0, 4-6)으로 졌다. 원래 경기는 3일 열렸지만 4세트 도중 비가 내리면서 순연돼 이틀에 걸쳐 이뤄졌다.

이로써 정현은 2015년 메이저 대회 본선에 진출한 이후 2년 만에 메이저 개인 최고 성적(32강)을 거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정현은 3회전에 진출하며 랭킹 포인트 90점과 상금 11만 8000유로(약 1억5000만원)을 받게 됐다.

정현은 "프랑스오픈 본선에 지난해부터 참가했는데 최고로 오래 있었다. 대회에서 오래 남을수록 경기 결과가 좋았다는 뜻이어서 기쁘다. 모든 대회에서 1회전이 제일 힘든데, 시드를 받은 선수(샘 퀘리)와 해서 더 힘들었다. 그래도 이겨서 빨리 대회에 적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17 프랑스오픈 정현-니시코리 게이 32강전 [사진 대한테니스협회]

2017 프랑스오픈 정현-니시코리 게이 32강전 [사진 대한테니스협회]

이번 경기는 한·일 테니스 에이스의 맞대결로 화제가 됐다. 메이저 대회에서 한·일전이 열린 건 테니스 사상 처음이다. 그만큼 치열했다. 정현은 1·2세트를 모두 내줬지만, 3·4세트를 따내서 5세트까지 끌고 갔다.

경력을 보면 니시코리의 압승을 예상하는 건 당연했다. 니시코리는 다양한 기술을 자랑하는 기교파 선수다. 정현과의 경기에서 그의 서브 평균 속도는 시속 164㎞에 그쳤지만, 슬라이스 서브(공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는 서브)와 플랫 서브(스핀을 걸지 않고 치는 서브) 등 현란한 서브로 정현을 쥐락펴락했다. 허를 찔린 정현은 서브 리턴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1·2세트를 내줬다.

두 선수의 격차만 확인하고 끝날 것 같던 한·일전. 그러나 경기 시간이 2시간 30분이 지나면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정현은 니시코리의 전술을 간파하고 흐름을 되돌리기 시작했다. 3세트에는 서브게임을 한 차례도 브레이크 당하지 않고 6-6을 만들었다. 타이브레이크에 돌입해서는 '클레이코트의 황제' 라파엘 나달(31·스페인·4위)이 인정한 백핸드로 니시코리를 압도, 6-4로 이기며 3세트를 따냈다.

정현은 기세를 몰아 4세트가 시작되자마자 3게임을 연속해서 따냈다. 니시코리가 당황했다. 포어핸드 스트로크는 길고, 백핸드 스트로크는 짧았다. 실수를 연발한 끝에 그는 라켓을 집어던지고 말았다.

2017 프랑스오픈 정현-니시코리 게이 32강전 [사진 대한테니스협회]

2017 프랑스오픈 정현-니시코리 게이 32강전 [사진 대한테니스협회]

경기장 열기가 뜨거워지자 갑자기 빗줄기가 굵어졌다. 롤랑 가로스 스타디움은 지붕이 없는 개방형 코트다. 점토로 만들어진 클레이코트가 젖는 바람에 경기가 중단되고 말았다. 우천 중단은 니시코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거라는 분석이 많았다. 정현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었고, 오른 어깨와 손목 부상이 있는 니시코리는 휴식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결국 4일 이어 열린 경기에서 정현은 4세트를 6-0으로 따냈지만, 5세트에선 아쉽게 4-6으로 내주면서 대회를 마쳤다.

정현은 "비로 연기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어제 계속 경기했다면 나한테 좀 더 유리했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정현은 이번 경기로 크게 성장한 느낌이다. 그는 "3세트부터 나만의 리듬을 찾으면서 5세트까지 끌고 가 경기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5세트 초반에 기싸움에서 밀린 게 아쉽다"며 "니시코리는 키가 작지만 서브 효율성이 좋았다. 스트로크는 각이 많이 컸다. 자신의 장점을 정말 잘 살려서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5세트에서 니시코리 멘털이 인상적이었다. 흔들릴만한 상황인데도 흔들려 보이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배워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현은 이제 잔디코트 시즌을 시작한다. 유럽에 머물면서 윔블던 대회를 준비할 예정이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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