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4일 “재난에 가까운 실업상태, 분배 악화 상황을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대응 만으로 방치할 수가 없다”며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은 취약계층의 소득 감소 문제에 대한 정말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대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경정예산안의 국무회의 제출을 하루 앞둔 이날 청와대 기자실을 찾은 장 실장은 현재의 일자리와 소득 양극화 문제를 "재난에 가깝다"고 표현하며 단기적 응급 처방으로서 추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자간담회서 "김영란법 영향, 진지하게 지켜보는중"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문제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개통한 일자리위원회 홈페이지(www.jobs.go.kr)에 “청와대가 일자리 인큐베이터가 될 것”이라며 “단 1원의 국가 예산이라도 반드시 일자리 만드는 것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인사말을 적었다.
일자리 문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장 실장은 지난달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소득분배지표’ 자료를 인용했다. 그는 “이미 최하위 20% 계층의 소득은 5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추세를 계속 유지해 왔으며, 이것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라며 “구조적으로 방치했을 경우에 한국 사회에 매우 심각한 양극화와 갈등구조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하위 20% 계층(소득을 기준으로 5단계로 나눴을 때 가장 가난한 계층)의 소득은 계속 감소하는 반면 소득상위 20% 계층(가장 부자인 계층)의 소득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장 실장은 그러면서 “분배 악화와 격차 심화의 문제에 일자리가 자리하고 있다"며 "단번에 해결되지 않더라도 일자리 추경을 통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정부가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추경안엔 최하위 계층뿐 아니라 차상위 계층을 위한 일자리를 늘리는 예산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장 실장은 설명했다.
장 실장은 과거 추경안 편성때마다 '정치권의 민원'성격으로 논란이 됐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이번 추경안엔 빠졌다고 강조했다. “추경 목적인 일자리에 집중될 수 있도록 지역에서 올라온 민원성 SOC 사업은 배제했다”며 “공무원 증원 및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도 국민들의 삶 또는 생활과 밀접하게 관계돼 있는 생명ㆍ안전ㆍ보건 분야 등에 이뤄지도록 짜여 있다”고 했다. 이어 “재정건전성에 대한 고려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재정)적자와 부채를 늘리지 않는 규모로 추경을 편성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장 실장이 저소득 계층 소득감소 원인 중 하나로 “도소매, 음식, 숙박 등의 서비스업에서 임시직 근로자가 크게 감소했다”는 이유를 들면서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개정 문제도 언급됐다. 장 실장은 “지금 답을 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김영란법이) 서비스업에 일부 영향이 있다는 건 여러 의견이 나왔기 때문에 그 문제는 아주 관심있게, 진지하게 제가 보고 있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