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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이승엽처럼...구자욱 장타 펑펑

중앙일보

입력

[포토] 구자욱 '허공 가른 복어타법'

[포토] 구자욱 '허공 가른 복어타법'

프로야구 삼성의 홈 구장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중심타자 구자욱(24)이 타석에 들어서면 여고생들의 함성이 터져나온다.

전형적인 호타준족이지만 체중 안 늘어 고민 #몸무게 그대로지만 스윙 바꾸며 '거포 변신' #이승엽과 다카하시의 스윙 연구해 장타력 향상

곱상한 외모로 '아기 사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구자욱이 점점 '맹수'로 거듭나고 있다. 구자욱은 3일까지 54경기를 치르는 동안 12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렸다. 홈런 5위. 단순 계산으로는 올 시즌 32개의 홈런을 칠 수 있다. 2015년(11홈런), 2016년(14홈런)과 비교하면 구자욱의 홈런 생산능력이 크게 늘었다. 2루타와 3루타도 많아지면서 장타율(0.534→0.547→0.599)이 3년 연속 상승 중이다.

지난 2012년 삼성에 입단한 구자욱은 1년 뒤 상무 야구단(2군리그)에서 기량을 갈고 닦았다. 2015년 1군으로 올라온 뒤엔 1루수, 3루수, 외야수를 오가며 타율 0.349에 11홈런·57타점·17도루를 기록했다. 훤칠한 외모까지 갖춘 그는 그해 신인왕을 차지했다. 프로야구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히트상품이었다. 구자욱은 지난해에도 타율 0.343, 14홈런·77타점으로 활약했다.

구자욱의 키는 1m89㎝나 되지만 체중은 75㎏에 불과하다. 시즌이 끝나면 몸무게가 85㎏까지 늘어나지만 시즌이 시작되면 살이 다시 빠진다. 그는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인 것 같다"고 말했다. 덩치는 커지지 않았지만 장타력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구자욱은 "(지난 2월) 스프링캠프에서 파워 스윙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정확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힘있는 타구를 만들기 위해 스윙 스타일을 바꾼 것이다.

대선배 이승엽(41·삼성)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됐다. 구자욱은 "이승엽 선배의 스윙을 많이 관찰했다. 타구에 회전을 주는 법을 이승엽 선배가 알려줬다"고 말했다. 20년 전 이승엽도 구자욱과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투수에서 야수로 전향한 이승엽은 지금의 구자욱처럼 호리호리한 체격이었다. 1995년 데뷔해 13개의 홈런을 때렸던 이승엽은 97년 홈런왕(32개)에 올랐다. 이승엽은 타고난 힘보다는 타구의 회전력을 이용해 장타를 치는 스타일이다.

구자욱은 "이승엽 선배가 보여준 동영상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승엽이 소개한 건 다카하시 요시노부(42·일본) 요미우리 감독의 스윙 장면이었다. 요미우리의 수퍼스타 다카하시는 2015년 은퇴할 때까지 18년 동안 통산 타율 0.291, 321홈런·986타점을 기록했다. 좌타자 다카하시는 오른 다리를 들어올리는 '외다리 타법'을 사용했다. 부드러운 스윙으로 공의 아래 부분을 때려 비거리를 늘리는 기술이 탁월했다. 이승엽도 요미우리에서 활약하던 시절(2006~2011년) 다카하시의 자세를 많이 참고했다.

구자욱이승엽

구자욱이승엽

대구 시민운동장을 떠나 지난해부터 삼성이 홈 구장으로 쓰고 있는 라이온즈파크는 타자친화형 구장이다. 좌·우중간 펜스까지의 거리가 짧아 홈런타자들에게 특히 유리하다. 그러나 지난해 박석민(NC), 올해 최형우(KIA) 등 장타자들이 차례로 떠나면서 삼성은 홈구장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올시즌 장타력이 눈에 띄게 약해진 삼성 타선에서 구자욱의 성장은 큰 힘이 되고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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