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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위기에 대한 세 가지 오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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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4호 19면

차이나 포커스

지난달 24일 무디스가 중국의 신용등급을 낮추자 베이징 증시에서 주가가 하락했다. 중국 정부가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대응에 나서면서 지난달 말부터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베이징 AP=뉴시스]

지난달 24일 무디스가 중국의 신용등급을 낮추자 베이징 증시에서 주가가 하락했다. 중국 정부가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대응에 나서면서 지난달 말부터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베이징 AP=뉴시스]

무디스가 28년 만에 중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내렸다고 온 서방 언론이 난리를 쳤지만 정작 중국은 무덤덤하다. 중국경제 위기론의 단골메뉴는 세 가지다. 첫째가 국내총생산(GDP)의 167%에 달할 정도로 기업 부채가 많아 부실대출로 인한 금융위기 가능성, 둘째가 외환보유고가 3조9000억 달러 수준으로 주저앉은 데 따른 외환위기 가능성, 셋째가 성장률이 12%대에서 6%대로 떨어지면서 나온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다.

빚 많다지만 영·프·일보다 비율 낮아 #외환 3조 달러 보유, 성장세도 탄탄 #인구가 힘이 되는 빅데이터 시대 #언어·문화·서비스로 中 공략해야

첫째 금융위기에 관한 오해다. 중국의 가계·기업·정부의 부채를 합한 국가 총부채비율을 보면 256%로 미국과 같고 일본(373%)·프랑스(300%)·영국(283%)보다 낮다. 그런데 무디스는 중국기업의 GDP 대비 부채비율이 167%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아 위험하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은행 대출의 60~70%는 국유기업에 해 준 것이다. 중국의 대부분 은행은 국영은행이다. 국유기업·국유은행이 부도나면 국가가 책임지는 것인데 중국의 정부 부채비율은 46%로 주요국 중 가장 낮다.

한국 대우조선의 부실을 한국의 국책은행이 떠안았지만 이 때문에 부도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정부가 돈 찍어 그 은행에 주면 끝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의 시티은행과 GM·포드 등의 자동차 회사들이 부도 직전일 때 미국 정부가 공적 자금을 넣어 정상화시켰다. 한국과 미국은 이것이 가능한데 중국은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편견이다. 국유기업과 은행이 부실하면 최종 책임은 정부가 지는 것인데 기업과 정부 부채를 합한 중국의 부채비율은 212%다. 이는 일본(310%)·프랑스(243%)·영국(196%)보다 낮다. 중국이 위기면 일본·프랑스·영국은 이미 끝났어야 한다.

전 세계 자원·기업·특허 큰손이 중국

둘째는 외환위기 가능성에 대한 오해다.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외국인의 자금유출로 외환위기가 오는 것이 가장 두려운 일인데 중국 증시에서 외국인비율은 2%도 안된다. 그리고 3조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는 전 세계 외환보유고의 4분의 1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다. 외환보유고는 무조건 많은 것이 좋은 것이 아니다. 인플레와 통화절상 압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으로 중국의 적정 외환보유고를 계산해 보면 대략 1조6000억 달러 내외다. 중국은 1조달러 이상의 과잉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3조 달러대로 외환보유고가 줄어든 것을 외국인의 외화유출 결과로 보기보다는 중국이 과도한 외환보유를 줄인 영향이 크다. 지금 전 세계 광산·유전·기업·부동산·특허권 시장의 최대 큰손이 중국이다. 그리고 중국은 외환시장이 개방되어 있지 않고 정부가 환율과 외환의 유출입을 언제든지 통제할 수 있는 나라다. 2016년 1월 조지 소로스 등의 헤지펀드들이 위안화 환율절하에 베팅했다가 중국 당국의 외환 통제와 환율 절상에 혼비백산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은 신용등급이 뭐든 간에 외환위기·금융위기 가능성은 작다.

셋째는 중국경제 경착륙에 관한 오해다. 후진타오 시절 12%대였던 경제성장률이 시진핑 시대 6%대로 낮아진 것을 위기의 징조라고 보는 것은 경제 규모를 감안 않고 절대 증가율만 보는 어리석음 때문이다. 2006년 중국 GDP가 12.7% 증가했을 때 GDP규모는 2조7000억 달러였는데 6.7%성장한 2016년 GDP규모는 11조6000억 달러로 10년 전에 비해 4.2배로 커졌다. 10년 전 GDP를 100이라고 보면 12.7% 증가했다면 12.7이 늘어난 것이지만, 2016년 GDP는 420인데 6.7% 증가했다면 28.1이나 증가한 것이다. 초등학생 때 12㎝씩 키가 자라던 친구가 중학교 들어가자 6㎝씩 키가 자라면 문제 있다고 보는 것이 중국경제 경착륙을 주장하는 시각이다.

잘살면 ‘쇼핑’이고, 못살면 ‘혁명’이다. 전 세계에서 경제위기나 혁명을 겪은 나라 중에서 GDP 성장률이 6%를 넘는 나라가 있는가? 지금 전 세계 은행의 시가총액·자산·순이익 1~3위가 모두 중국 은행이고, 전 세계 주식시장 시총 2위가 중국이다. 2015년 전 세계 럭셔리 매출의 46%가 중국인이 산 것이고, 2016년에 자동차를 미국(1750만 대)보다 1050만 대나 더 많이 산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이 망할 이유는 100가지도 넘지만 흥할 이유도 100가지를 넘는다. 중국에 대해 색안경 쓴 미국과 유럽계 언론의 장단에 같이 춤추면 안 된다. 중국이 위기라면 포춘 500대 기업이 가장 먼저 도망갔을 것인데, 이들 기업 중에서 중국에서 철수한 기업이 없다.

중국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의 5위 이하 추락, 한국 자동차의 점유율 반 토막을 두고 중국이 망했다고 보면 안 된다. 중국기업의 무서운 부상에 한국기업들이 추락한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에 13억8000만을 곱하면 무조건 세계 1위, 13억8000만으로 나누면 별것 아니다. 한국이 중국의 굴기를 이해 못하는 이유는 사업계획 짤 때 한국의 96배 영토, 28배 인구의 시장을 상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국부는 결국 인구다. 중국의 규모의 경제, 거대한 인구의 경제를 무섭게 봐야 한다.

한국의 96배 영토, 28배 시장 활용해야

특히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인구가 만들어 내는 빅데이터가 승부를 결정짓는다. 거대 인구를 가진 중국의 굴기는 필연이다. 한국의 내구소비재 제품의 생산기술을 베꼈다고 중국을 짝퉁의 나라라고 폄하한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비행기·항공모함·우주선·우주정거장을 만들어 상용화하고 있는 나라다. 이런 나라를 기술 짝퉁국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미국이 2%, 중국이 6.5% 성장하면 10년 뒤면 중국이 GDP에서 미국을 추월한다. 그리고 중국의 3차산업, 소비산업의 대폭발이 일어난다. 1인당 소득 1만 달러 이상의 인구가 5년 내에 5억 명이 등장한다. 예수 탄생에서 아편전쟁까지 1840년간 한국은 중국을 주 시장으로 삼고 살았다. 한국이 미국을 시장으로 이룬 경제발전은 겨우 지난 60여 년간이다. 중국의 부상은 한국엔 거대한 기회다. 중국이 잘살았을 때 한국도 잘살았다. 향후 5~10년간 미국을 제치는 거대한 소비시장이 중국에서 등장하고 미국과 유럽보다 많은 인구가 미국보다 큰 소비를 한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60년간 한국의 제1외국어가 영어가 되면서 한국은 중국을 잊어 버렸다. 소비는 문화고, 문화는 언어가 기본이다. 한국의 대중국 시장 공략은 언어·문화·서비스로 시작해야 한다. 중국의 굴기에 한국이 어설프게 대응하면 굴러 들어온 호박을 발로 밟아 깨는 우를 범할 수가 있다. 한국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공장으로는 중국의 역할이 끝났지만, 시장으로는 지금 세계 어디에도 이만한 곳이 없다. 이젠 초등학교부터 중국어를 선택과목으로 집어 넣고, 중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국가급 중국연구소를 만들고, 중국의 인터넷혁명과 4차 산업혁명에 수혜 입을 제품·서비스를 빨리 개발해야 한국이 산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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