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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1.1% 깜짝 성장...문제는 소비야!

중앙일보

입력

올봄 미세먼지와 황사만 불어닥친 게 아니었다. 1년 이상 0%대(전분기 대비) 성장에 그쳤던 경제에 따뜻한 봄바람이 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전분기 대비)이 1년 반 만에 1%를 넘어 1.1%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발표한 속보치보다 0.2%포인트 높아졌다.

한은, 성장률 잠정치 발표…6분기만에 1%대 #건설투자·수출 주도…민간소비 0.4%로 부진 #1분기 저축률 36.9%, 외환위기 이후 최고 #"돈 쓸 여유 없어…추경으로 소비 진작해야"

김영태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장은 2일 '2017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발표하면서 “속보치를 추계할 때 반영하지 못했던 분기 마지막 달의 일부 실적치 자료를 추가한 결과 경제성장률이 올랐다”고 말했다.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div>자료: 한국은행</div>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자료: 한국은행

 분기 성장률이 1%를 넘은 것은 2015년 3분기(1.3%) 이후 여섯 분기 만이다. 그때 이후 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0.7%→0.5%→0.9%→0.5%→0.5% 등 0%대를 면치 못했다.

 1분기 지표의 속내를 뜯어 보면 실속도 있다. 2015년 3분기에 1%대 성장을 이룬 건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 때문이었다. 올 1분기에는 추경 효과가 없다. 김영태 부장은 “정부가 떠받치지 않고서도 성장 폭이 커진 만큼 성장의 질이 더 낫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성장은 건설 부문이 주도했다. 건설업 분야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5.3%다. 속보치보다 1.3%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지난해 4분기 -1.2%를 기록했던 건설투자 증가율은 올 1분기 6.8%로 뛰었다. 반도체 시장이 호황을 이어 간 덕에 설비투자는 4.4%, 수출은 2.1% 늘었다.

 국민의 실질 구매력도 나아졌다.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올 1분기 2.7%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3.3%) 이후 가장 높다.

 1분기 ‘깜짝’ 성장에 연 3%대 성장도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현 2.6%인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음달에 높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 경제는 2014년(3.3%) 이후 2%대 성장률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소비다. 민간소비가 수출과 투자를 따라가지 못하며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올 1분기 민간소비의 증가율은 0.4%다.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구매를 미루거나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게 영향을 줬다”(김영태 부장)고 하지만 국민이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지출을 안 하는 게 근본 문제다.

 이날 발표된 1분기 총 저축률(36.9%)을 보면 알 수 있다. 외환위기 여파로 소비가 급격히 둔화한 1998년 3분기(37.2%) 이후 약 19년 만에 가장 높다. 수년간 경기침체가 이어진 데다 실질 소득 증가율이 둔화하고 있고, 전셋값 부담과 고령화에 따른 미래 대비 심리가 강해진 것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범죄ㆍ안보에 이어 경제적 위험이 3위로 꼽혔다”며 “국민이 경제적 상황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돈을 쓰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경제는 40여 년 동안 수출과 투자가 늘어나면 고용과 소비가 좋아지는 구조의 엔진을 달고 달려왔지만 엔진이 오래되다 보니 연비, 곧 성장률이 낮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성장률이 높아진 상황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한 논란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며 “만약 추경을 편성하더라도 공무원 채용을 늘리는 식으로 나랏돈을 써서는 소비 진작이나 수요 확대에 큰 도움이 안 된다. 저소득층을 지원하고 민간 투자를 독려하는 방향으로 추경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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