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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워제네거, 파리 협약 탈퇴한 트럼프에 영상메시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일(현지시간) 아놀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파리 협정 탈퇴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청정에너지 미래를 선택해달라"고 촉구하는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서 매년 20만명 대기오염으로 사망…대통령이 국민 지켜야" #"국민들과 지자체가 들고 일어나 대통령이 만든 공백 메울 것"

이 메시지에서 슈워제네거는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임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미국에서 매년 20만 명이 대기오염으로 죽어간다. 대통령이 대책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병들어 죽어가는 사람들을 수수방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슈워제네거는 이어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국민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라며 “지방 정부 지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만든 공백을 메우려 할 것이다. 청정에너지의 미래는 국민들과 지자체의 풀뿌리 운동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슈워제네거의 말대로 뉴욕·캘리포니아·워싱턴주 주지사들은 이날 중앙 정부와 상관 없이 파리 협정을 자체적으로 준수하겠다는 ‘미국기후동맹’을 발족했다.

슈워제네거는 “캘리포니아주는 내가 주지사였을 때 미국에서 가장 엄격한 환경 규제를 통과시켰다”며 “오늘날 캘리포니아주는 환경 보호에서 1위일 뿐 아니라 경제 성장에서도 1위다. 또 다른 어느 주보다 많은 제조업 일자리가 있다”고 역설했다. 또 “환경보호는 우리 경제를 망치지 않는다. 오히려 활성화한다”고 주장했다.

슈워제네거와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부터 서로 공개적으로 비판과 조롱을 주고받으며 악연을 쌓아왔다. 슈워제네거는 지난 3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30%대에 불과한 지지율을 비웃는 영상 메시지를 공개한 바 있다.

아래는 1일 공개된 영상 메시지 전문.

한 사람이 우리의 전진을 망칠 수는 없습니다. 한 사람이 우리의 청정에너지 혁명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갈 수도 없습니다. 그건 (영화에서 터미네이터 역할을 맡았던) 저만이 가능하죠.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 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통령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공직자로서, 특히 대통령으로서 당신의 가장 중요한 책임은 국민을 보호하는 일이란 겁니다.

미국에서 매년 20만 명이 대기오염 때문에 죽어갑니다. 미국의 강과 하천 절반은 우리 건강을 해칠 정도로 심하게 오염돼 있습니다. 사람들이 병들어 죽어가고 있는데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안 됩니다. 그것도 대책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말입니다.

대통령님,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더 쉽고 편하다는 건 저도 잘 압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겐 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가 아직 알지 못하는 미래보다 덜 무서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중 일부는 청정에너지가 가져올 미래를 잘 알고 있습니다. 무서울 것 하나 없는 미래입니다. 우리는 그 미래를 전 세계의 도시들과 나라들에서 보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천식·폐기종과 암을 동반할 오염 에너지의 미래가 훨씬 더 무섭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대통령님, 부디 미래를 선택해주십시오. 케네디 대통령에게 달에 인류를 보내지 말라고 조언했던 사람들은 역사에서 잊혔습니다. 우리는 위대한 지도자들을 여럿 알고 있습니다. 과거로 되돌아갔던 사람들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앞으로 돌진했던 지도자들입니다.

국민들이 들고 일어날 겁니다. 지방 정부, 주 정부가 들고 일어날 겁니다. 지방 정부의 지도자들이 앞장서서 대통령 당신께서 이 나라에 만들고 있는 공백을 메우려 할 것입니다. 인류 역사의 모든 위대한 운동들처럼 우리의 청정에너지 미래 역시 지역 공동체, 도시, 주 단위의 풀뿌리 운동에서 출발할 겁니다.

오염물질의 70%는 지자체 수준에서 통제가 가능합니다. 중앙 정부에만 맡기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 스스로 해야 합니다. 제가 캘리포니아주 주지사였을 때 캘리포니아주는 중앙 정부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가장 엄격한 환경 규제를 통과시켰습니다.

지금 우리 캘리포니아주의 경제는 호황입니다. 캘리포니아주는 환경 보호에서도 1위일 뿐 아니라 경제 성장에서도 1위입니다. 가장 깨끗한 공기와 물이 있고, 다른 어느 주보다 많은 제조업 일자리가 있습니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주는 고용에서 2, 3위 주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1위를 기록했습니다.

환경보호는 우리 경제를 망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훌륭한 환경 정책은 그 반대로 경제를 활성화합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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