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토부, ITX-청춘 승강장 발암물질 폐침목 철거 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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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림역에서 지난 4월 폐침목을 대량 사용해 ITX-청춘 승강장 설치 공사를 벌이고 있다. [사진 전국철도노동조합]

신도림역에서 지난 4월 폐침목을 대량 사용해 ITX-청춘 승강장 설치 공사를 벌이고 있다. [사진 전국철도노동조합]

  국토교통부가 코레일에 1급 발암물질이 함유된 폐침목을 사용해 만든  ITX-청춘 경부선의 승강장과 승강대 철거를 지시했다. 또 철거 전이라도 폐침목 불법 사용에 대한 환경부의 행정처분이 나오면  해당 열차의 운행을 중단시킬 방침이다. .

국토부, ITX-청춘의 6월 운행 조건부 허가 #환경부도 최근 폐침목 불법사용 현장조사 #'국민건강에 위협'판단될 경우 즉시 운행 중단 #코레일, "서둘러 폐침목 대체하겠다" # ITX-청춘 탓 출근길 다른 열차 지연사태도 # 철도노조, "승객들 항의가 매일 이어진다"

 국토부는 코레일이 최근 제출한 ITX-청춘 경부선의 6월 운행 신고서에 대해 이 같은 조건을 붙여 허가했다고 1일 밝혔다. ITX-청춘 경부선은 지난달 초 운행을 시작한 임시 운행 열차이기 때문에 매달 국토부로부터 운행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앞서 코레일은 지난 4월 신도림역, 천안역, 대전역 등에 ITX-청춘 열차용 승강장과 승강대를 만들면서 1급 발암물질이 함유돼 재활용이 금지된 폐침목을 대량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폐침목에 사용된 벤조피렌 등의 발암물질은 빗물에 씻겨 토양이나 하천을 오염시키고, 코나 입으로 흡입했을 경우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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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에서는 폐침목의 재활용을 엄격히 제한 또는 금지하고 있는데 코레일이 이를 무시하고 무단사용한 것이다.

천안역 등에는 ITX-청춘열차 전용 승강대를 만들기 위해 폐침목을 사용했다. [사진 전국철도노동조합]

천안역 등에는 ITX-청춘열차 전용 승강대를 만들기 위해 폐침목을 사용했다. [사진 전국철도노동조합]

국토부 주종안 철도운영과장은 “우선 코레일 측에 환경에 영향이 없는 시설물로 승강대 등을 재설치하라고 했다”며 “환경부가 이 사안에 대해 폐기물관리법 위반 등으로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다른 행정청 등에서 국민 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공식적인 판단이 나오면 ITX-청춘 운행계획을 즉시 변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 과장은 또  “운행계획을 변경한다는 건 일부 역의 정차를 금지하거나 열차 자체의 운행을 중단시키는 것 등을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운행을 시작한 ITX-청춘의 승강장 위치를 알리는 안내판이 신도림역 곳곳에 설치돼 있다. 함종선 기자

지난 5월 운행을 시작한 ITX-청춘의 승강장 위치를 알리는 안내판이 신도림역 곳곳에 설치돼 있다. 함종선 기자

코레일의 폐침목 불법 사용과 관련해 환경부도 지난달 23일 현장조사를 벌였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폐침목이 사용된 승강대를 대체할 승강대를 만드는 등 최대한 빨리 폐침목을 제거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도림역 ITX승강장 곳곳에 폐침목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사진 전국철도노동조합]

신도림역 ITX승강장 곳곳에 폐침목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사진 전국철도노동조합]

 한편 ITX-청춘 경부선의 갑작스러운 운행으로 인해 같은 선로를 사용하고 있는 기존 전동열차의 지연 사태가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TX-청춘은 이미 선로가 포화상태인 금천구청~용산 구간을 기존 전철 선로와 같이 쓰고 있다. 특히 경부 1호선, 경인 1호선 지하철의 경우 ITX-청춘 때문에 출근시간에 매번 10여 분 가량 지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화상태인 지하철 1호선 구간에 ITX-청춘이 끼어들면서 기존 열차의 지연사태가 잇따르고 있다.빨간 동그라미안의 숫자는 해당 역 기준으로 계획보다 5분, 12분 열차가 늦었다는 표시다.

포화상태인 지하철 1호선 구간에 ITX-청춘이 끼어들면서 기존 열차의 지연사태가 잇따르고 있다.빨간 동그라미안의 숫자는 해당 역 기준으로 계획보다 5분, 12분 열차가 늦었다는 표시다.

전국철도노동조합 관계자는 “열차 안에 있는 비상호출기를 통해 열차 지연에 대해 거세게 항의하는 승객들이 늘고 있는 등 ITX-청춘 운행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기존 열차 이용객이 많다”고 전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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