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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공부] 놀이하듯 배우는 콘텐트가 상상의 날개 활짝 펼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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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 교육 효율성 높이려면 

블록으로 만든 차·로봇·드론 #태블릿PC ‘스크래치’로 작동 #재미 붙이니 창의력까지 쑥쑥

서울 상계동 덕암초 학생들이 조립한 자동차에 태블릿PC를 연결해 명령어를 입력하며 코딩을 배우고 있다.

서울 상계동 덕암초 학생들이 조립한 자동차에 태블릿PC를 연결해 명령어를 입력하며 코딩을 배우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재임 당시 소프트웨어(SW) 인재 양성을 강조하며 “휴대전화를 갖고 놀지만 말고 직접 프로그래밍을 해보자”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도 “모든 사람은 코딩을 배워야 한다.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라고 생전에 늘 강조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프랑스·핀란드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정규교육에 코딩을 편입해 SW 중심 사회 를 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8년 초·중·고 SW 교육 의무화 계획이 발표되면서 코딩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 덕암초등학교의 한 교실. 10여 명의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조그마한 자동차를 조종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블록으로 조립한 자동차에 태블릿PC를 연결한 뒤 명령어를 입력해 자동차를 직접 조종하는 중이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이지상(덕암초 4)군은 “코딩으로 내가 만들고자 하는 물체를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어 재미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소프트웨어 교육 의무화

이 학교에서 방과후 수업 중 하나로 운영 중인 ‘창의교실’ 모습이다. 주 1회 100분 동안 진행되는 수업에서 아이들은 태블릿PC에 연결된 ‘스크래치’ 프로그램을 활용해 전진·후진과 같은 자동차의 움직임을 제어하며 자연스레 코딩을 익힌다. 김미정 방과후 활동교사는 “아이들이 코딩 교구를 이용해 로봇이나 자동차 등을 조립하고 만드는 것은 물론 어떤 원리를 활용했는지도 설명한다”며 “컴퓨터에 대한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논리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도 코딩 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2015년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소프트웨어(SW) 중심 사회를 위한 인재 양성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8년 중학교에서는 현재 선택인 정보 과목을 필수(34시간)로 지정하고, 고등학교는 기존처럼 선택으로 하되 코딩 교육 과정을 보강한다. 2019년부터는 초등 5, 6학년 실과 시간에 SW 기초교육을 17시간 이상 실시한다. 2018년 초·중·고 SW 교육 의무화 계획이 발표된 후로 코딩 교육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코딩은 사람과 컴퓨터가 대화하는 언어다. 코딩 교육은 프로그램 언어로 코드를 짜고, 그것을 실제로 작동시켜 SW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익히는 방식이다.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구조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훈련을 한다. 영국·프랑스·핀란드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정규 교육과정에서 코딩 교육을 하고 있다.

코딩 교육이 본격화된다는 소식에 학부모들은 걱정부터 앞선다. 코딩을 접해본 경험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SW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막막해서다. 지금까지 코딩은 프로그래머들만의 전문 영역으로 인식돼 왔다. 이런 학부모들의 고민을 읽기라도 한 듯 발 빠른 사교육 시장은 코딩 열풍을 앞서 몰아가는 추세다. 코딩을 가르치는 학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몇 백만원씩 하는 코딩 캠프도 열리고 있다.

학생 맞춤형 코딩 교육 목표 중요

전문가들은 초·중·고등 SW교육에서는 대상자 수준에 맞는 교육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초·중·고교생 대상의 코딩은 대학생이 배우는 어려운 프로그래밍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부가 아닌 놀이하듯 배우는 다양한 코딩 교육 콘텐트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영유아 사교육 시장에서는 게임형 코딩 교육이 유행이다. 로봇에 코딩을 넣어 원하는 소리를 내거나 동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로봇 코딩’, 아이들이 직접 드론을 제작해 띄우고 코딩을 통해 장애물을 피하게 하거나 비행 높이를 조종하도록 하는 ‘드론 코딩’ 수업도 있다. 원하는 물체 설계도를 도면에서 구현하고, 그 결과물을 실제 3D프린팅 하는 ‘3D프린팅’ 교육도 눈에 띈다. 가정에서도 부모와 아이가 함께 코딩 교육에 도전해볼 수 있다. 코드(code.org)나 스크래치(scratch.mit.edu) 등 쉽게 코딩을 배울 수 있는 무료 웹사이트 등을 활용하면 된다.

하지만 아이들의 상상력을 길러주는 코딩 교육 프로그램은 여전히 부족하다. 가르칠 교사도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이유다. 공교육에서는 코딩 교육을 할 줄 아는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코딩이 교과목으로 채택되면 점수에 신경 쓰느라 교육 방향 자체가 왜곡될 수도 있다. 강명준 아이에듀테인먼트 대표는 “코딩이 암기과목처럼 여겨지면서 ‘영어 벙어리’ 교육처럼 영어를 10년 배우고서도 말 못하는 상황이 코딩 교육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며 “상상력을 놀이로 표현하면서 창의력을 키우고 직접 실험에 참여하는 모둠수업 등을 통해 실생활에 연결시킬 수 있는 코딩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한진 기자 jinnylamp@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송경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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