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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는 국산, 자율주행 핵심 AI 기술 10대 중 7대는 외국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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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자동차는 국산, 자율주행 기술은 수입산'.

네이버·서울대·삼성전자 제외하면 #구글·엔비디아 등 인공지능 탑재 #센서 기술도 만도 빼면 모두 수입산 #미국에 비해 수준 4~5년 뒤처져 #협업 통해 원천기술 개발 집중해야

중앙일보가 국토교통부로부터 임시 도로주행 허가를 받은 10개 기관의 자율주행차를 전수조사한 결과를 요약하면 이렇다. 인공지능(AI)과 센서 기술이 인간 운전자의 뇌와 지각 능력을 대체하는 것이 자율주행의 핵심이지만, 이런 핵심 기술은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네이버·서울대·삼성전자 등을 제외하면 모두 구글(텐소플로우)이나 버클리대학(카페), 엔비디아(드라이브 PX2) 등이 개발한 인공지능 원천 기술을 탑재했다. 몇몇 차량은 해외 인공지능을 쓰되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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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에서 인공지능은 목표지점까지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을 계산하고, 도로 상황에 맞춰 핸들과 브레이크·가속 페달을 조작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인공지능의 '운전 실력'은 자율주행차의 다년간 주행 연습으로 수집된 빅데이터를 학습해 진화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인공지능 원천 기술이 없다면, 수집된 빅데이터도 해외의 인공지능 개발자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 구글의 인공지능 시스템을 탑재한 차량이 주행 연습을 하면 할수록 도로에서 얻은 정보가 구글의 자산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장윤종 산업연구원 4차산업혁명연구부장은 "앞으로 자율주행차 시장은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한 곳이 주도할 것"이라며 "인공지능 기술 없이는 완성차 회사나 차량용 부품 회사도 모두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카메라와 레이더·라이다 등 운전자의 지각 능력을 대신하는 센서 기술도 만도를 제외하면 모두 해외 기술을 사용했다. 라이다는 벨로다인이나 이베오·쿼너지시스템스·에어로스타 등의 기술을, 카메라는 이스라엘 모빌아이 등의 제품을 탑재하고 있다. 카메라는 영상 분석, 라이다는 레이저 빔, 레이더는 전파를 이용해 장애물과 앞차와의 거리, 주변 환경 등을 파악하는 기술로 인공지능 못지 않게 자율주행차에 있어선 필수적이다.

국내 자율주행차는 현재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희망적인 모습도 엿보인다. 2020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못박은 현대·기아차는 최대한 일반 차량과 다름없는 외관을 갖추기 위해 주요 센서들을 차량 내부에 설치했다. 또 시장 판매를 목적으로 한다면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내놔야 하기 때문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대에 달하는 라이다 기술 대신 10만~20만원대 레이더 센서를 활용해 자율주행을 시험하고 있다.

네이버도 정보기술(IT) 기업 답게 정밀 지도를 제작하기 위한 1억원대 라이다를 탑재하고 자체 인공지능으로 주행 성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만도는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를 자체 기술로 개발하는 등 완성차·IT기업·자동차 부품 기업이란 강점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은 10개 기업이 저마다 '각개전투'로 기술을 시험하고 있지만, 앞으로 자율주행 기술이 무르익게 되면 협업을 통한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서울대가 만든 자율주행차 ‘SNU VDCL(위) ’과 카이스트의 ‘유레카(아래)’. [사진 서울대·카이스트]

서울대가 만든 자율주행차 ‘SNU VDCL(위) ’과 카이스트의 ‘유레카(아래)’. [사진 서울대·카이스트]

전문가들은 한국의 자율주행차는 미국에 비해 4~5년 가량 뒤처져 있다고 평가한다. 미국은 이미 2011년부터 자율주행차에 도로가 개방됐고, 오토가 개발한 트럭 운전자용 자율주행용 센서 키트도 3만 달러(3300만원)에 시판 중이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일반도로가 자율주행차에 개발돼 이제서야 도로주행 연습을 시작했다.

구글과 우버 등이 목표로 한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점은 2020년이다. 상용화 경쟁 시점은 가까워오고 있지만, 기술 개발에는 늦어진 만큼 삼성전자·LG전자·SK 등 대기업이 자율주행 원천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야 승산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차원용 아스팩미래기술경영연구소 대표는 "한국은 자율차 후발국이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AI와 센서를 저렴하게 융합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해 수출용 생산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도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은 민간이, 인프라 구축은 정부가 지원하는 투트랙 전략을 세우고 자율차 지원에 적극 나설 방침을 세우고 있다. 국토부는 현재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대비한 '스마트 도로' 사업 확대를 위해 예산당국과의 협의를 진행 중이다. 물리학자 출신으로 문재인 캠프의 과학 공약을 맡았던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기술로만 완성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자동차와 신호등·표지판 등의 도로 시스템간 정보 교환이 전제돼야 한다"며 "고속도로부터 시작해 자율주행차가 달릴 수 있는 도로체계 정비 정책을 국토부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김도년·윤정민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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