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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일자리 100일 속도전’ 비상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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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3호 02면

정부 비정규직 축소, 최저임금 인상 등 동시 추진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100일 플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0일 취임 직후 대통령의 1호 업무 지시는 일자리위원회 설치였다. 일자리 100일 플랜에 첫째 과제로 명시된 항목이다. 다음 과제는 공공부문 일자리 충원이다. 공기업과 준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나섰다. 취임 이틀 후인 지난 12일 문 대통령이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문제를 거론하자 정일영 사장은 그 자리에서 올해 안에 1만 명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산업부, 한전 등 공기업 41곳 소집 #3만 명 정규직으로 전환 추진키로 #“좋은 일자리 줄어드는 점 보완해야”

26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전력ㆍ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41개 공기업ㆍ준공공기관 관계자를 서울 서린동 무역보험공사에 불러모았다. 총 3만 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한 참석자는 “직접 고용이 어려운 경우에는 자회사 설립을 통해 정규직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만 하더라도 청소·경비 등 파견·용역을 포함한 간접고용 직원 수가 7700명에 달한다.

대기업들도 동참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자회사를 만들어 하청 대리점 직원 약 5200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롯데를 비롯한 유통업체와 농협 등 금융업체들도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를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도 100일 플랜의 다음 과제다. 정부는 현행 최저임금(시간당 6470원)을 매년 15.8%씩 인상해 2020년 1만원까지 올릴 방침이다. 또 현행 최대 68시간인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다음달 임시국회에 상정한다.

지난 25일 김영배 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이 “기업별·업종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정부가 획일적으로 비정규직은 나쁘다는 식의 접근을 하는 것은 갈등만 부추기고 사회 전체의 일자리를 감소시킬 위험이 있다”고 말해 여권의 반발을 샀다. 다음날 문 대통령이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인 경총이 책임감을 갖고 먼저 진지한 성찰과 반성을 해야 한다”고 비판하자 경총은 “원론적인 입장일 뿐 정부를 비판할 의도는 아니었다”고 물러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경총이) 눈치도 없다”고 촌평했다.

일자리 속도전에 대해 중장기적인 노동시장 개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청년실업률이 10%가 넘는 상황에서 급한 불을 끄려면 일단 공공부문 위주로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은 타당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단기적인 일자리 늘리기 정책이 청년·미래 세대를 위한 ‘좋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의료·교육·관광을 비롯한 서비스 산업에서 기득권 구조를 타파해야 혁신적인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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