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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30년 만에 다시 쓰는 생생한 ‘박종철 속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박종철
탐사보도와 6월 항쟁
황호택 지음
블루엘리펀트
316쪽, 1만7000원

1987년 민주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취재했던 현장기자의 회고록. ‘30년 만에 다시 쓰는 속보’라는 부제처럼 30년 전 급박했던 정세와 치열했던 취재과정이 오늘 아침 신문을 읽는 것처럼 생생하게 재현됐다. 지은이는 당시 동아일보 법조팀장으로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현장에서 취재했고, 이 보도로 87년과 88년 한국기자 상을 잇달아 수상했다.

지은이는 30년 만의 속보를 쓰기 위해 박종철 사건을 다시 취재했다. 당시 동아일보 취재팀은 물론이고 고 박종철의 형과 아버지 등 가족도 만났다. 30년 전 사건의 핵심 관계자들을 만나 심층 인터뷰한 대목은 다른 입장의 당사자 의견도 충실히 반영해야 하는 탐사보도의 모범 답안이라 할 만했다.

지은이가 인터뷰한 주요 당사자를 당시 직책에 따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고명승 보안사령관, 안유 영등포교소도 보안계장, 박철언 안기부장 특보, 정구영 서울지검장, 최환 서울지검 공안부장, 황적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의 등등. 하나같이 당시 사건의 핵심 관계자, 즉 ‘딥 스로트(Deep Throat)’들이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첫 보도했던 당시 중앙일보 신성호 사회부 기자와 서로 ‘물을 먹였던’ 취재 일화도 흥미롭다.

30년 전 취재기록을 오늘 다시 들춰봐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른바 87년 항쟁을 회고할 때 언론의 역할은 축소됐거나 외면당했다. 그러나 권위주의 정부의 보도지침이 엄격하게 적용됐던 시절, 진실을 향해 한 발짝씩 다가갔던 현장기자의 노력과 용기는 재평가되어야 한다.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을 야기했던 국정농단 사태도 언론의 끈질긴 의혹 보도에서 비롯됐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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