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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차원에서 항소 포기' 김영재 "안종범에게 안티에이징 시술 해줬다"

중앙일보

입력

'의료 농단' 혐의로 최근 징역형을 선고받아 의사 자격을 잃은 김영재(57)씨.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반성의 의미로 항소를 포기했느냐"는 박영수 특검팀 검사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자신의 1심 선고 후 8일만에 법원에 나온 김씨는 "실형은 면했지만 의사 자격이 상실됐고, 평생 의사로 살아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지요"라는 특검팀의 호승진 검사의 질문에 덤덤히 "예"라고 답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몰래 진료하고도 사실을 숨기려 국회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하고, 해외 진출 등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으려 안 전 수석에게 뇌물을 준 혐의가 인정돼 지난 18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25일까지 김씨와 특검팀 모두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김씨는 "그동안 받은 특혜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허탈감을 느끼게 했는지 뼈저리게 깨달아 항소를 포기했느냐"는 호 검사의 말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그러한 특혜를 받은 된 것은 안 전 수석을 통해서였고 그 대가로 안 전 수석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점도 이날 재판에서 인정했다.

그는 안 전 수석에게 부부 동반 식사 자리에서 100만원이 넘는 고급 양주 '루이 13세'를 선물한 것을 분명히 기억한다고 밝혔다. "포장해 놓은 것을 보니 두 개 문이 양쪽으로 열리는 것이 너무 인상적이고 포장도 멋있어서 기억한다"는 것이 그의 증언이다.

하지만 안 전 수석 측은 김씨의 말을 믿을 수 없다면서 뇌물을 받은 사실이 확실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안 전 수석의 변호인 홍용건 변호사는 "부인 박채윤씨도 그 양주가 어떤 양주인지 기억을 못했는데 증인의 명확하게 기억을 하느냐"고 묻자 김씨는 "저는 해외 학회도 많이 다니고, 루이 13세는 남자들은 다 알고 있다"면서 해당 양주를 선물한 것이 맞다고 답했다.

홍 변호사는 또 '안 전 수석에게 무료로 시술을 해주었다'는 김씨에게 "안 전 수석이 김영재 의원에 간 것은 대통령 지시를 받고 중동 진출과 관련해 병원을 둘러보러 간 것 아니었느냐"고 물었다. 안 전 수석이 '뇌물용 시술'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김씨는 "안 전 수석의 부인이 '남편이 휴일도 없이 과로해서 걱정된다'면서 안티에이징 같은 걸 해달라고 온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시술을 분명히 해 주었다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에는 오후에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증인으로 나와 안 전 수석이 '대통령 관심사항'이라면서 김영재씨 부부를 도와주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문 전 장관은 "2015년 초 안 전 수석으로부터 전화가 와 '상당히 좋은 특허를 갖고 있는 성형외과가 있는데 중동 진출을 희망한다'면서 도와줄 길을 알아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안 전 수석의 요구를 받은 문 전 장관은 급하게 김씨 부부가 운영하는 YJ콥스메디컬을 '의료 사절단'에 끼워넣어 박 전 대통령 중동 순방에 동행하게 했다고 밝혔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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