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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현장에 살수차·차벽 원칙적으로 사용 배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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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당동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에서 경찰이 살수차 운영 시연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 신당동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에서 경찰이 살수차 운영 시연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경찰이 집회 현장에 살수차와 차벽을 배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하고 관련 기준을 마련키로 했다. 경찰청 경비국은 26일 입장 자료를 내고 “집회ㆍ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차벽ㆍ살수차를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과격시위 등으로 비화할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살수차와 차벽 등을 사용하겠다는 의미다.

 경찰청은 27일 오후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기획위)에 이같은 내용의 업무보고를 할 계획이다. 경찰청 이대형 인권보호담당관은 “집회 주최 측이 자율적으로 집회를 운영하는 것으로 집회시위 관리 기조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의 이같은 방침은 청와대가 ‘인권친화적 경찰’을 검ㆍ경 수사권 조정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인권위는 2008년과 2012년 “살수차가 인체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며 최고압력·최소거리 등 명확한 사용기준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추가 규정이 필요하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당시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숨지면서 경찰의 살수차 운영지침 위반 등이 계속 논란이 됐다. 진교훈 경찰청 현장활력태스크포스단장(경무관)은 “수사권 조정 등을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라 경찰의 당연한 의무를 이행한다는 자세로 인권 친화적 경찰이 될 수 있게 차분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 과정의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한 개선안도 보고서에 담기로 했다. 경찰 조사 단계에서 피의자 진술을 녹음ㆍ녹화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각 경찰서에 형사공공변호인을 의무적으로 배치해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방안 등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수감자의 자해를 예방하기 위해 개방형으로 만들어진 화장실을 밀폐형으로 바꿔 구금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방안,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와 피해자를 엄격하게 분리하는 방안 등이 논의 중이다.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 비대화’ 우려에 대한 다양한 대책도 업무보고 내용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청은 행정자치부 소속인 경찰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시켜 경찰청장과 지방경찰청장 인사와 감사에 참여하게 하고 정보ㆍ경비 등 행정경찰의 수사개입을 차단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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