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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난장판 되는 한강 여의나루역...버스정류장 없애고 '배달존'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일(토요일) 서울 지하철5호선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앞. 인도와 맞닿은 차선에 늘어선 치킨 배달 오토바이 십여대를  향해 커다란 시내버스들이 경적을 울려댔다. 출구 바로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에 차를 세우기 위해서였다. 버스가 잘 가지 못하자 뒤에 선 승용차들도 잇따라 경적을 울렸다. 치킨 배달 시킨 손님을 아직 만나지 못한 배달원들은 “어떻게 하라는 거야”라며 볼멘소리를 내뱉았다.

벚꽃축제가 열린 지난 4월 서울 지하철5호선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일대로 배달 오토바이와 시민, 시내버스가 몰려들고 있다. 김나한 기자

벚꽃축제가 열린 지난 4월 서울 지하철5호선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일대로 배달 오토바이와 시민, 시내버스가 몰려들고 있다. 김나한 기자

서울시에서 오는 6월에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앞 버스 정류장을 70m 떨어진 국방헬프콜 검문소 쪽으로 옮길 계획이다. 또 치킨과 피자를 주고 받는 배달원과 고객들이 만날 수 있는 ‘배달존’을 2번 출구 근처에 설치키로 했다.

서울시에서 이런 계획을 추진하는 것은 여의나루역 2번 출구가 매년 봄ㆍ여름이면 ‘전쟁터’로 변하기 때문이다. 2번 출구는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광장의 입구가 있는 이 일대의 ‘만남의 광장’이다. 매년 여의도 벚꽃축제가 열리는 4월쯤부터 여름이 끝나는 9월까지 주말이면 이곳에 선 채 배달 시킨 치킨을 기다리는 인파 수십 명을 볼 수 있다. 돗자리나 물, 맥주 등을 파는 노점도 대부분 여기에 자리를 편다.

문제는 출구 바로 앞에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고, 또 정류장 바로 옆으로는 한강공원 주차장과 통하는 차도가 있다는 점이다. 시내버스와, 승용차, 치킨 배달 오토바이들이 시민들과 뒤엉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오토바이 탓에 정류장에 제대로 서지 못한 버스를 타기 위해 2차선까지 걸어 나가는 시민들도 많다. 유재룡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장은 "정류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 시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내부 논의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배달존은 지난해 마포대교 앞 주차장 인근에 이미 설치됐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시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2번 출구 근처로 배달존을 옮기면 이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물빛광장 입구에서 26일 오전 치킨 전단지를 나눠주던 배달원 강모(57)씨는 “지금은 배달존이 어디에 있는지 설명해주는 것보다 오토바이를 잠시 세우고 직접 손님을 찾아가는 게 훨씬 빠르다”면서도 “만약 배달존이 2번 출구 앞으로 옮겨온다면 많이 사용할 것 같다”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이래 서울시에서는 한강 인근의 수변 공간 이용을 활발히 해왔다. 주말마다 물빛광장에 각국 음식을 파는 푸드트럭 42대가 운영되는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인파가 몰리며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와 교통난으로 주민들의 시름도 깊다. 여의도 주민인 신모(27)씨는 "여의나루역 일대는 너무 차가 막혀서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는 기피 일순위로 꼽힌다. 사람들이 찾는 건 좋지만 질서가 유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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