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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조국·안경환, 노 탄핵과 인권위 통해 각별한 인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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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오른쪽 둘째)이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 제고 방안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발표했다. [김성룡 기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오른쪽 둘째)이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 제고 방안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발표했다. [김성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 강화 방안을 지시했다.

노무현 대리인 맡았던 문 대통령 #안경환 학장 찾아가 조언 구해 #안, 노 정부서 인권위원장 됐지만 #MB 때 정원 축소에 항의하며 사퇴 #조국은 안경환과 함께 인권위 활동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표적 인권변호사”라며 “본인 스스로를 인권대통령으로 자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력기관의 운영이 인권위가 요구하고 있는 정신에 기초해 이뤄지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이 있고, 임기 내내 그런 문제를 관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인권위 강화 지침을 발표한 조국 수석도 인권위원으로 활동했던 경력이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한 사람의 이름이 더 거론됐다. 안경환 전 인권위원장이다.

문 대통령-조 수석-안 전 위원장 세 사람은 인권을 중심에 둔 인연(因緣)이 있다.

안경환

안경환

조 수석은 “이명박 정부 시절 안경환 위원장이 인권위 정원 축소에 항의하며 임기 중 사퇴했다”고 말했다. 그런 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인권위 예산과 능력을 축소하려고 했던 경향을 바로잡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진보 정부의 상징과도 같은 기관이다. 김대중(DJ) 정부 때인 2001년 설립됐다. DJ 임기 4년 차에야 가동되기 시작했다. 안 전 위원장은 4대 위원장이었다. 그의 임명에는 사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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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12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되자 문 대통령은 탄핵사건의 대리인을 맡았다. 그러고는 서울대 법대 학장이던 안 전 위원장을 찾아갔다. 안 전 위원장의 회고록에는 “문재인 수석을 당시 처음 대면했다. 강금실 법무장관도 함께였다. ‘비중 있는 헌법 교수 중 대통령 편을 들어주려는 사람이 없다’며 나의 조언을 구해 왔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러나 안 전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요청을 거절했다. 그러다 다른 교수들이 모두 요청을 거절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전화를 걸어 “도움이 되면 내 이름을 써도 좋고, 필요하면 직접 헌재에 나가겠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2년 뒤인 2006년 안 전 위원장을 인권위원장에 임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안 전 위원장에게 자주 도움을 청했다. 2012년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두고 그를 ‘새로운 정치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했다. 2015년 당 대표 시절엔 혁신위원장·비대위원장 등 중책마다 안 전 위원장의 하마평이 돌았다.

안 전 위원장과 조 수석 사이에도 인연이 있다. 조 수석이 울산대와 동국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법대 교수가 되는 과정에 안 전 위원장과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말도 있다. 조 수석은 2000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부소장을 맡았고 이듬해 서울대 조교수가 됐다. 그 이듬해엔 사법감시센터 소장이 된다. 참여연대의 초대 집행위원장이 안 전 위원장이다. 안 전 위원장(2006~2009년)과 조 수석(2007~2010년)이 인권위에서 각각 위원장과 위원으로 활동한 시기 역시 겹친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조국 민정수석과 안경환 법무장관 체제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조 수석은 인권위 위상을 높이는 방안과 관련해 “인권위 권고는 강제적 효력이 없다”며 “각 기관이 인권위를 존중하려면 상징적 의미로 대통령과 인권위원장의 특별보고가 정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권위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쓴소리를 듣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2003년 노 전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을 추진할 당시 인권위는 ‘파병 반대’ 성명을 냈다. 청와대 수석이던 문 대통령은 당시 김창국 위원장에게 “대통령에게 언질도 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항의했지만 “독립기구가 원래 그런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당시 논란은 노 전 대통령이 “인권위는 그런 일을 하라고 만든 곳”이라고 밝히면서 일단락됐다.

강태화·홍상지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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