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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에 3000개 ‘황금별’ 물결 … 베트남 홈구장 된 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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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베트남 보딧!(Vietnam vo dich!) ”

U-20 첫 출전 ‘황금세대’ 열풍 #뉴질랜드와 1차전 ‘역사적 무승부’ #충남 베트남인 근로자 총출동 응원 #식민 지배 받았던 프랑스와 2차전 #0-4로 완패했지만 투지는 빛나 #국민들 “성인 월드컵도 곧 나갈 것”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E조 2차전 베트남-프랑스전이 열린 25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가장 많이 울려퍼진 구호였다. ‘무적의 베트남’이라는 뜻의 이 응원구호는 3000여 베트남 관중을 하나로 만들었다. 이날 베트남은 과거 61년(1884~1945)간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와 축구 대결을 펼쳐 다른 때보다 경기 의미도 남달랐다. 베트남이 전력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프랑스에 0-4로 졌지만, 베트남 관중들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자국 축구의 미래를 향해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25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월드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베트남인들이 응원을 펼치고 있다. 천안=김지한 기자

25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월드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베트남인들이 응원을 펼치고 있다. 천안=김지한 기자

25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월드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베트남인들이 응원을 펼치고 있다. 천안=김지한 기자

25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월드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베트남인들이 응원을 펼치고 있다. 천안=김지한 기자

이날 천안종합운동장은 베트남 어느 도시의 경기장 같았다. 평일 오후 5시 경기였지만 시작 2시간 전부터 베트남 관중들이 경기장에 모여 들었다. 대부분 붉은 바탕에 노란 별이 그려진 베트남 국기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일부는 ‘사랑해요 베트남(toi yeu Vietnam)’ ‘베트남, 승리(chien thang)’ 등이 적힌 머리띠를 했다.

이날 총 관중은 4672명. 그 중 베트남 관중은 3000명을 훌쩍 넘겼다. 대부분 충남 천안·아산 지역 근로자들이다. 천안시는 지난 3월 조 편성이 끝나자 천안 지역 13개 산업단지 900여 업체에 공문을 보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자국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천안의 한 설비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는 히옌(25·여)은 “사장님이 허락해줘서 하루 쉬고 경기장에 왔다. 베트남에선 이번 U-20 월드컵 인기가 엄청나다. 경기 보러 간다고 하니까 베트남의 친구들이 부러워했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경기장 분위기를 고향에 전하던 응구옌 티엔 린(35)은 “FIFA 대회에 베트남이 출전한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이런 뜻깊은 대회의 현장 분위기를 더 많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베트남 언론매체들은 U-20 월드컵 홈페이지를 따로 운영하는 등 이번 대회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해 10월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U-19) 챔피언십에서 4강에 들어 본선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월드컵이나 연령별 대회 등 FIFA 주관대회에 베트남이 출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첫 출전이지만 지난 22일 조별리그 1차전에서 뉴질랜드와 0-0으로 비겨 역사적인 승점 1점을 따냈다. FIFA는 홈페이지를 통해 “베트남은 역사적인 결과를 낼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고 칭찬했다. 뉴질랜드전에도 베트남 관중 3000여명이 찾아와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호앙 안 투안 베트남 감독은 “매우 뜻깊은 경기에 보내준 베트남인들의 열광적인 응원에 감사한다”며 감격했다.

25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월드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한 베트남인이 베트남 국기와 프랑스 국기, 태극기가 어우러진 깃발을 들어보이고 있다. 천안=김지한 기자

25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월드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한 베트남인이 베트남 국기와 프랑스 국기, 태극기가 어우러진 깃발을 들어보이고 있다. 천안=김지한 기자

베트남에선 U-20 대표선수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1997~98년생인 이들은 대부분 전문 아카데미에서 체계적으로 축구를 배웠다. 또 일찍부터 프로팀에서 뛰면서 한국 대학팀이나 실업팀을 초청해 경험도 쌓았다. 베트남 언론매체인 ‘VN티난’의 판 탓 둑 기자는 “(현 U-20 대표팀은) 정부와 기업의 든든한 지원을 받았고, 오랜 기간 탄탄하게 기술을 다진 선수들로 구성됐다. 그래서 베트남에선 이번 대표팀을 ‘황금세대’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주전 공격수 탄 트란(20)은 “아시아 예선을 통과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기술과 체격은 밀려도 정신력과 조직력으론 누구와 붙어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베스트11 평균 키는 1m74.7cm였지만, 1m83cm의 프랑스를 맞아 열심히 싸웠다. 물론 우승후보 프랑스를 상대하는 건 쉽지 않았다. 전반 6분 프랑스 에이스 장 케빈 오귀스탱(20·파리 생제르맹)이 페널티킥을 실축했을 때만 해도 베트남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전반 18분 마르퀴스 튀랑(20·FC소쇼)의 선제골이 나오면서 급속하게 가라앉았다. 키 1m68cm의 골키퍼 티엔 둥 부이(20)는 프랑스의 슈팅 21개를 막기 위해 온몸을 날렸다. 연이은 실점에도 베트남 관중들은 “무적의 베트남!”을 외치며 자리를 지켰다. 월드컵 트로피 모형을 들고 응원을 펼친 톤 티 융(26)은 “머지 않아 베트남이 성인 월드컵에서도 출전할 수 있기를 꿈꾼다”고 말했다.

25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월드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한 베트남인이 월드컵 트로피 모형을 들어올리고 있다. 천안=김지한 기자

25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월드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한 베트남인이 월드컵 트로피 모형을 들어올리고 있다. 천안=김지한 기자

‘단신 군단’ 베트남은 …

국내 체류 베트남인 : 15만여명
(25일 베트남-프랑스전에 3000여명 관전)
FIFA 랭킹 : 136위
FIFA 주관대회 출전
2017 U-20월드컵이 첫 출전대회
FIFA 주관대회 승점
2017 U-20월드컵 뉴질랜드전 무승부로 첫 승점
대회 성적 : 조별리그 E조 4위(1무1패)
주요 선수 : 골키퍼 티엔둥(1m68cm)
미드필더 민 디호(1m59cm)

천안=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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