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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남북대화 기조 굳혀…안보실 1차장 이상철 인사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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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24일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 이상철 성신여대 안보학 교수를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이상철 1차장(육사 38기)은 대표적인 남북군사회담 전문가다. 이 차장은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2012년 남북한 비밀접촉에 나섰던 사실이 드러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인사는 문재인 정부의 남북대화 기조를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2012년 남북 비빌접촉 최순실 사건에서 드러나 #노무현 정부 2007년 남북 장성급회담 실무대표 #평화체제, 서해공동어로구역 재추진 고려 한듯

지난 2012년 12월 최순실 씨는 박근혜 당선인과 이명박 대통령의 독대를 앞두고 박근혜 당선인에게 예상질의 시나리오를 보냈다. 여기에서 남북한 비밀접촉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나리오는 박근혜 당선인에게 “지금 남북 간에 어떤 접촉이 있었는지”라고 질문하도록 계획을 짜놓았다. 또한 예상질문과 함께 ‘최근 군이 북한 국방위와 3차례 비밀접촉이 있었다고 함’이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남측 대표로는 당시 국방부 군비통제차장이던 이상철 차장이 나섰고 북측에서는 이선권 대좌가 나왔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북한과 공식 대화를 중단했었다. 비밀접촉에서 북한은 인도적 지원 재개를 요구했고 한국은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요구했으나 별다른 성과없이 물러났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8년 10월 남북군사실무회담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이상철 국방부 북한정책과장이 북측 수석대표인 박림수 대좌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2008년 10월 남북군사실무회담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이상철 국방부 북한정책과장이 북측 수석대표인 박림수 대좌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이 차장은 노무현 정부에서는 2007년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실무대표를 맡기도 했다. 그해 12월 12일 판문점에서 열린 회담에서 남북관리구역의 3통(통행, 통신, 통관)을 위한 군사보장합의서 체결과 서해공동어로구역 설정 문제를 북한과 협의했다. 여기에서 논의한 공동어로구역 문제는 북방한계선(NLL)과 맞물린 민감한 사안으로 앞선 10월에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에서 먼저 논의된 바 있다. 장성급 회담은 정상 간 합의를 실질적인 이행과정을 협의하는 자리였다. 정상회담의 NLL 논의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정상회담 회의록이 공개되면서 논란의 중심으로 등장했었다.

사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는 군 출신이 임명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1차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을 겸직하기 때문에 군사분야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남북 군사회담 전문가를 임명해 대화기조를 강화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노무현 정부에서 남북대화의 실무를 담당했던 서훈 전 국정원 차장을 국정원장에 지명했다. 남북 대화를 중시한 외교안보 진영을 갖춘 인사라는 분석이다.

 홍석현 특사는 미국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한미동맹과 북핵문제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한 뒤 기념촬영했다. 트럼프 대통령(가운데)과 홍석현 대미특사(왼쪽 두번째)와 안호영 주미대사(오른쪽 두번째), 마이크 펜스 부통령(오른쪽 첫번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왼쪽 첫번째) [워싱턴=연합뉴스]

홍석현 특사는미국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만나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한미동맹과 북핵문제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한 뒤기념촬영했다.트럼프 대통령(가운데)과 홍석현 대미특사(왼쪽 두번째)와 안호영 주미대사(오른쪽 두번째), 마이크 펜스 부통령(오른쪽 첫번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왼쪽 첫번째)[워싱턴=연합뉴스]

이런 인사 흐름을 볼 때 문재인 정부는 남북대화 준비에 적극적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인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뒤 미국에서는 기존보다 유화적인 대북 메시지가 나왔다.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이 나서 북한이 핵폐기 의지를 보인다면 미국도 북한에 적의를 보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한발 더 나가 “북한에 대해 정권교체 또는 침략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며, 체제를 보장할 것”이라면서 평화체제까지 언급했다.

북한 노동신문이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22일 보도한 ‘북극성-2형’의 발사 모습. [연합뉴스]

북한 노동신문이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22일 보도한 ‘북극성-2형’의 발사 모습. [연합뉴스]

지난 21일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도 불구하고 22일 통일부가 대화 의지를 보였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을 수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국제지역학과)는 “전반적으로 안보실장에 외교전문가를 기용하고 차장에 군과 학자 출신을 기용한 것은 균형이 잡혀 보인다”며 “군 출신 중에서 이 차장을 기용한 것은 결국 남북대화를 선호하는 국정기조와 맞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용한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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