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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동성애 대위 징역형 선고, 개인의 사생활에 범죄 낙인 찍은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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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 대위에게 군형법상 추행 혐의로 군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한 것에 대해 인권단체들의 반발이 잇따랐다.

육군본부 보통군사법원은 24일, 군형법상 추행 혐의로 기소된 A 대위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 대위는 지난달 동성과 성관계를 맺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A 대위에게 적용된 법률은 군형법 제92조 6항으로,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군인에 대해서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있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 이현 기자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 이현 기자

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는 이날 즉각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의 근거가 되는 추행죄는 피해자는 없고 가해자만 존재하는 이상한 법률"이라며 반발했다. 군인권센터는 "A대위의 범죄 행위는 업무 상 관계없는 상대와 사적 공간에서 합의 하에 가진 성관계였다"며 "상대가 동성이란 이유로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에 범죄의 낙인을 찍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제 성소수자들에게 군대는 안전하지 못하다"며 "병역 의무 이행 자체가 전과로 이어질 수 있는 어처구니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 국제앰네스티 홈페이지]

[사진 국제앰네스티 홈페이지]

국제앰네스티도 "한국의 군 당국이 동성애자를 뿌리 뽑으려는 편협한 마녀사냥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며 군 법원의 판결을 비판했다. 로젠 라이프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국장은 "이처럼 부당한 판결은 즉시 뒤집혀야 한다. 누구도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행위 또는 성정체성만을 이유로 박해받아서는 안 된다"며 "중요한 것은 직무 수행이지, 개인의 섹슈얼리티(sexuality)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부는 "장교로서 선도 및 모범을 보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과시간 중 병영 내 하급자와 해당 행위를 하는 등 건전한 생활 및 군 기강 확립을 저해했다"고 판시했다. 군 관계자는 "당사자의 합의 여부와 상관 없이 항문성교 등 해당 행위를 할 경우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군인권센터 측은 "점심 시간, 개인 공간인 독신자 숙소에서 벌어진 일을 '일과시간 중 병영 내에서' 벌어졌다'고 보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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