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누아투 U-20 축구의 유쾌한 정신이 담겼다...'바카'를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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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누아투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주장 봉 칼로가 2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U-20 월드컵 1차전 멕시코전을 마친 뒤, 인터뷰를 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전=김지한 기자

바누아투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주장 봉 칼로가 2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U-20 월드컵 1차전 멕시코전을 마친 뒤, 인터뷰를 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전=김지한 기자

 지난 20일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멕시코와 바누아투의 경기가 열린 대전월드컵경기장. 후반 추가 시간 결승골을 내주고 2-3으로 패한 바누아투 선수들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한데 모여 춤을 췄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선수들은 서로 어깨동무를 한 뒤 일사불란한 동작으로 춤을 추고, 때론 소리도 질렀다. 오세아니아의 작은 나라, 바누아투의 젊은 축구선수들의 유쾌한 몸짓에 관중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강원도(1만6873㎢)보다 작은 면적 1만2189㎢, 83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오세아니아의 작은 나라 바누아투는 이번 U-20 월드컵이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첫 출전이다. 2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남미 강호 베네수엘라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바누아투는 0-7로 패해 사실상 16강 진출이 어려워졌다. 하지만 이들은 승패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동료들과 함께 즐기는 자세로 그라운드에 잔잔한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바누아투 주장 봉 칼로(20)는 "지금 한국에 있는 것만으로도 꿈만 같다. 우리는 지금 바누아투의 축구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바누아투는 오세아니아에 두 장 걸린 U-20 월드컵 본선 티켓을 뉴질랜드와 함께 따면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바누아투는 영국의 신(新)경제재단이 지난해 전 세계 140개 국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지구행복지수(HPI·Happy Planet Index) 조사에서 4위에 오른 나라다. 그만큼 평소 팀 분위기는 늘 싱글벙글이다. 선수들은 경기나 훈련을 마치고 나면 펼치는 특별한 세리머니가 이를 대변한다. 뉴질랜드 원주민이 전투에 들어가기 전에 추는 전통춤 '하카(haka)'와 유사한 춤을 춘다. 바누아투(Vanuatu) 축구대표팀 만의 춤인 바카(vaka)를 추는 것이다.

표정부터 무섭고, 상대에 위압감을 주는 하카와 달리 바카는 유쾌하다. 모두 상체를 숙인 채 어깨동무를 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춤은 소리를 지르면서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른 뒤에 하늘을 향해 팔을 위로 쭉 뻗는 동작으로 마무리한다. 10여초 간의 짧은 세리머니지만 이 춤을 추고난 바누아투 선수들은 행복해했다. 미드필더 존 워헤일(20)은 "바누아투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흥겨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다른 미드필더 제이슨 티마투아(19)는 "이 춤을 추고 나면 상대를 이길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다. 투쟁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칼로는 "선배들로부터 물려받은 이 춤을 추고 나면 어떤 팀을 만나더라도 두렵지 않다. 멕시코전 때도 그런 느낌을 받고 무섭게 맞받아쳤다"고 말했다.

바누아투 선수 가운데 FIFA 주관 대회에서 사상 첫 골을 넣은 칼로는 지난 21일 FIFA와 난생 처음 인터뷰를 했다. 칼로는 "가족들이 월드컵에 출전하는 나를 '영웅' 이라고 했다. 월드컵에서 골을 넣은 것에 기뻐할 가족과 국민들을 생각하면 무척 행복하다"고 말했다. 바누아투의 데얀 글루셰비치(캐나다) 감독은 "바누아투 사람들은 축구를 정말 좋아한다. 앞으로 젊은 바누아투 선수들이 점차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패를 기록 중인 바누아투는 제주로 건너가 26일 유럽 강호 독일과 대회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칼로는 "승패를 떠나 바누아투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고 싶다. 바누아투 국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하는 우리 팀의 플레이를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대전=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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