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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 탄 ‘스팅어’ 4.9초 만에 시속 10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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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기아자동차의 모든 연구개발(R&D) 기술력을 집약했다.”

기아 기술력 집약 스포츠 세단 출시 #최고 출력, 동급 수입차 보다 우수 #제로백은 포르쉐 4.7초와 엇비슷 #공간성 뛰어나고 가격도 합리적 #성능 비해 낮은 연비는 개선할 점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은 스팅어(Stinger)를 이렇게 소개했다. 스팅어는 기아차가 ‘역작’이라고 자평하는 스포츠세단이다. 기아차는 23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스팅어 공식 출시 행사를 개최했다.

김창식 기아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은 “성능·공간·가격·디자인 측면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고, 서보원 기아차 국내마케팅실장(이사)은 “BMW3 시리즈 등 수입차와 사양을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기아차가 23일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스포츠세단 모델인 스팅어를 공식 출시했다. 스팅어의 제원상 성능은 동급 수입차를 압도한다. [기아차]

기아차가 23일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스포츠세단 모델인 스팅어를 공식 출시했다. 스팅어의 제원상 성능은 동급 수입차를 압도한다. [기아차]

과연 스팅어의 상품성은 배기량이 거의 동일한 수입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까. 본지가 국내 시판 중인 11개 2000㏄ 가솔린 수입차 제원을 스팅어 2.0 가솔린 모델과 비교했고, 2000㏄~2200㏄ 디젤 수입차 9종을 스팅어 2.2 디젤 모델과 견줘봤다.

일단 동력 성능에서 스팅어가 수입차보다 앞섰다. 스팅어 최고출력(디젤 202마력·가솔린 255마력)은 가솔린·디젤 모두 동급 수입차를 뛰어넘었고(각각 1위), 최대토크 역시 수입차 성능을 압도했다.

초기 가속 성능도 우수했다. 스팅어 2.0 가솔린 모델이 시동 직후 시속 100㎞/h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6.0초(비공식 기록)로, 아우디 A4 45 TFSI 콰트로(5.8초), BMW 328i(5.9초)에 이어 3위였다. 스팅어 2.2 디젤 모델의 제로백(7.5초·비공식)은 평범한 수준(5위)이다.

특히 3.3 트윈 터보 GDi 모델 제로백은 4.9초에 불과하다. 국산 차가 역대 단 한 번도 뛰어넘지 못한 ‘마의 4초대’에 최초로 진입한 것이다. 독일 자동차 제조사 포르쉐의 정통 스포츠카 718카이멘(7800만원)의 제로백이 4.7초라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가속력이다.

제원상 스팅어는 공간성도 뛰어나다. 스팅어 가솔린 모델은 11개 경쟁 수입차 대비 전장이 2번째로 길었고, 전폭은 가장 넓다. 이는 디젤 모델도 마찬가지다(전장·전폭 각각 1위). 다만 바퀴가 닿는 지면부터 차량 지붕까지의 길이(전고)는 수입차보다 낮은 편이다.

스팅어는 성능에 중점을 둔 탓에 연비는 좋지 않았다. 스팅어 2.0 가솔린 모델 연비(9.4~10.4㎞/L)는 11개 경쟁 가솔린 모델 중 가장 낮았고, 스팅어 2.2 디젤 모델도 9개 경쟁 수입차 대비 0.5~3.8㎞/L 정도 연비가 뒤떨어졌다(최저연비 기준).

물론 개별 제원이 종합적인 차량 성능을 대표하지 못할 수 있다. 승차감·성능 등 전체적인 밸런스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일단 제원 상으로 스팅어가 수입차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국산차 기술력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만약 내구성이 부족하다면 제원상 강력한 성능은 오히려 독이다. 과거에도 기아차는 2015년식 K5 터보 출력을 271마력으로 세팅했지만, 내구성 등을 감안해 2016년식 K5의 최대출력을 245마력으로 낮춘 바 있다.

정락 기아차 총괄PM담당 부사장은 “스팅어는 녹색지옥이라 불리는 독일 뉘른부르크 장거리 서킷에서 1만㎞ 이상 주행하면서 내구성을 테스트했고, 혹한지역인 스웨덴 아르예플로그에서 주행 안정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는 훌륭하다. 기아차는 스팅어 가격을 3500만~4880만원으로 책정했다. 엔진 성능이 최상위권인데도 스팅어 가솔린 모델은 렉서스 RC 200T(6900만원) 보다 3370만원이, 아우디 A5 40(6420만원) 보다 2890만원이 저렴하다. 스팅어 디젤 모델 역시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220d)나 BMW 4시리즈(420d 그란쿠페) 보다 2000만원 이상 싸다(최저가 트림 기준).

디자인에도 상당히 신경 썼다. 스팅어는 기아차가 알버트 비어만 전 BMW 고성능차 담당을 영입한 후 최초로 선보인 모델이다. 이날 신차 출시회에서 그레고리 기욤 기아차 유럽디자인센터 수석디자이너는 “활기차고 즐거운 장거리 주행용 자동차를 만들면서도 우아함과 역동성을 추구했다”며 “항공기 콕핏 디자인을 실내 인테리어에 다수 차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기술진의 요구 사항에 맞춰 신차 디자인을 수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스팅어는 반대로 디자이너의 요구를 기술진이 거의 대부분 수용했다”고 말했다.

출시 초반 소비자 반응은 대체로 우호적이다. 지난 11일부터 사전계약을 받고 있는데, 불과 8영업일 동안 계약대수가 2000대를 넘어섰다.

김창식 기아차 부사장은 “올해 8000대를 판매하고, 내년부터 월 1000대씩 팔겠다”고 목표를 공개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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