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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님들이 변호인 페이스북까지 찾아보시냐" 고영태 첫 재판서 'SNS 사찰' 논란

중앙일보

입력

고영태(41)씨에 대한 첫 재판에서 그의 변호인 페이스북 게시물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검찰 "공개된 페이스북 사찰 아냐…함께 아는 '페친'이 알려준 것"

서울중앙지법에서 23일 형사합의 21부(부장판사 조의연) 심리로 열린 고씨의 관세청 인사 개입 혐의 관련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고씨 측이 페이스북으로 여론을 조장했다"고 주장했고 고씨의 변호인은 "검찰이 개인 SNS를 사찰했다"고 맞섰다.

손영배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 검사는 "수사 과정에서 고씨의 변호인이 페이스북을 통해 일방적으로 검사들의 이름을 거명하면서 여론을 조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 관계인들의 명예가 있고 사생활이 있는데 관련 증거 자료 등을 공개해 명예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재판부에 앞으로는 고씨의 변호인이 보도자료나 SNS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못하게 해 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냈다.

고씨 측 김용민 변호사는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손 부장검사의 이름을 거론하며 "'돈봉투 사건' 관련자 명단에 낯익은 이름이 등장하는데 고씨 수사에서 위법·부당한 처분으로 준항고가 제기된 그 검사"라는 글을 올렸다. 김 변호사는 고씨의 구속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이 소환에 대해 일정을 조율하기로 해놓고 체포를 했다", "검사가 위법하거나 부당한 처분을 했다" 등의 글을 올렸다.

김 변호사는 "손 부장검사의 말에 의견이 있느냐"는 재판장의 말에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김 변호사는 "어떻게 검사님들이 변호인들의 페이스북까지 뒤져보시는 것이냐"면서 "변호인을 사찰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다. 변호인의 페이스북은 유명한 페이스북도 아니고, 생각을 정리하는 게시글일 뿐이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의 말이 끝나자 손 부장검사는 "변호인이 페이스북 기능을 모르는 것 같은데 이름으로 검색하면 다 볼 수 있다"면서 "사찰 운운하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으니 자제해 달라"고 맞섰다. 손 부장검사는 "변호인과 저를 동시에 아는 페이스북 친구가 저에 대해 인신공격성 글을 썼다는 것을 알려줘 보게 됐다.해당 게시물은 200여건 공유됐고 댓글이 무지하게 달려 있는데 페이스북 친구가 아닌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변호사가 "제 페이스북을 일부러 찾아보시는 수고까지 하신 것 같은데 밖에서 개인적으로 한 것을 법원에 제출하는 것도 부적절한 것 같다"고 재반박에 나서 공방이 끝나지 않자 재판장이 "그에 대해 다시 논할 필요는 없다"며 매듭지르려 했다.

재판장은 "법정 외에서 언론이나 SNS를 통해 사건에 관해 수사 검사나 사건 내용에 관해 광범위하게 유포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하며 양측의 '페이스북 공방'을 중지시켰다. 고씨의 다음 재판은 다음달 14일 열린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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