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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로 고통받는 멸종위기 동물에 보금자리,국립생태원 비단원숭이 등 공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늘보원숭이는 몸길이가 다 자라면 35㎝에 불과한 미니동물이다. 작지만 동작이 가장 느린 원숭이로 알려져 있다. 온종일 150m 정도 이동한다. 늘보원숭이는 개체 수가 줄어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서 1종으로 분류된 멸종위기동물이다. 1종 멸종위기동물은 학술 목적 이외 거래가 금지돼 있다.

서천 국립생태원 멸종위기동물 27마리(12종) 보호 #비단원숭이·검은손 긴팔원숭이·멕시코도룡뇽·버마비단뱀 등 #애완용으로 밀수하다 적발, 키우다 유기한 것도 다수 #밀수 동물 보호위한 에코케어센터 만들어 22일 일반에 개방

순다늘보원숭이. 발견 당시 왼쪽 눈에 백내장이 걸린 상태여서 외과수술을 받았다. [사진 국립생태원]

순다늘보원숭이. 발견 당시 왼쪽 눈에 백내장이 걸린 상태여서 외과수술을 받았다. [사진 국립생태원]

늘보원숭이(순다늘보원숭이)는 충남 서천군에 있는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생태원)에 2마리가 있다. 이 늘보원숭이는 방치된 채 발견돼 대구지방환경청 등이 보관하다 생태원에 넘겼다. 생태원 관계자는 “늘보원숭이가 누군가 밀수해 키우다가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한 마리는 2014년 8월 경북 상주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우측 눈에 녹내장이 걸려 외과수술을 받았다. 또 한 마리는 2015년 9월 울산 시내 한 아파트 화단에서 구조됐다. 발견 당시 송곳니가 다 절단된 상태였다. 늘보원숭이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송곳니에 독을 묻혀 상대방을 무는 습성이 있다.

노랑뺨볏긴팔원숭이(왼쪽)와 흰손긴팔원숭이. 프리랜서 김성태

노랑뺨볏긴팔원숭이(왼쪽)와 흰손긴팔원숭이. 프리랜서 김성태

생태원이 이들 멸종 위기 동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에코케어센터를 준공해 22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에코케어센터(668㎡)는 일종의 멸종 위기 동물 전용 '미니 동물원'이다. 생태원으로 이관된 밀수 동물이 늘자 별도의 시설을 갖춘 것이다. 생태원 이수길 동물병원부 과장은 “밀수된 동물은 전염병도 함께 유입시킬 가능성이 큰 만큼 제대로 된 시설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개체 수가 늘면 별도의 보호 시설을 추가로 짓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비단원숭이 [국립생태원]

비단원숭이 [국립생태원]

에코케어센터에서는 비단원숭이, 늘보원숭이, 검은손긴팔원숭이, 흰손긴팔원숭이, 노랑뺨볏긴팔원숭이, 검독수리, 말똥가리 등 10여마리를 키우며 일반인에게도 개방한다. 지금까지 이들 멸종위기 동물은 생태원내 동물병원에 보관돼 일반인이 구경할 수 없었다.

에코케어센터 동물을 포함해 생태원에는 멸종위기동물이 총 27마리(12종)가 있다. 사막여우·비단원숭이·검은술비단원숭이·검은손 긴팔원숭이·멕시코도룡뇽·버마비단뱀·레드테일보아 등이다. 이들 동물은 밀수과정에서 세관에 적발됐거나 밀수해서 키우다가 주인이 버린 것이다. 이들 동물은 대부분 애완용이며, 밀수업자들이 들여와 거래하고 있다고 생태원 관계자는 전했다.

생태원은 2014년 12월 개원 이후 총 38마리의 멸종위기동물을 넘겨받았다. 하지만 데려온 지 얼마 안 돼 16마리가 폐사했다. 사막여우만이 새끼 5마리를 낳아 현재 9마리가 자라고 있다. 이수길 과장은 “이들 밀수 동물은 검역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아 대부분 개홍역 등 전염병에 걸린 상태였으며, 대부분 치료과정에서 죽었다”고 말했다.

말똥가리 [사진 국립생태원]

말똥가리 [사진 국립생태원]

이 가운데 몸통길이가 약 15㎝인 한살배기 비단원숭이 두 마리는 2014년과 2016년 각각 세관에서 적발된 것이다. 비단 원숭이는 작고 귀여운 외모 때문에 애완용으로 수요가 많은 편이다.

생태원 수의사들은 당초 체중이 50~60g에 불과했던 비단원숭이 새끼들이 숨이 멎을까 마음을 졸였다고 한다. 이수길 과장은 “수의사들이 밤 잠을 설쳐가며 두 세시간마다 교대로 젖병을 물리면서 살려냈다”고 말했다. 늘보원숭이와 긴팔원숭이 등도 이 같은 보살핌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2014년 아프리카 수단에서 밀반입됐다가 국립생태원에 키우고 있는 사막여우 가족. 프리랜서 김성태

2014년 아프리카 수단에서 밀반입됐다가 국립생태원에 키우고 있는 사막여우 가족. 프리랜서 김성태

밀수 동물가운데 사막여우는 번식에 성공한 케이스다. 생텍지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사막여우는 2014년 4월 아프리카 수단에서 불법 수입됐다가 인천세관에 적발돼 국립생태원에 인계됐다. 이 가운데 한 마리가 지난해 7월 2마리 이어 지난달 30일 새끼 3마리를 출산했다. 2014년 당시 17마리가 적발됐는데 이 가운데 암컷 두 마리와 수컷 세마리가 살아남았다. 새끼 5마리가운데 한마리가 죽어 현재 국립생태원에 남아있는 사막여우는 9마리다. 생태원 에코리움 사막관에 사육중인 사막여우는 지난해 일반에 개방했다.

 서천=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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