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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관광업계 '사드 한파' 풀리나 "유커 늦은 봄바람 타고 방한 기대감"

중앙일보

입력

21일 오후 2시 제주시 연동의 한 면세점. 중국인 개별 관광객(산커·散客) 수십 명이 면세점 안을 오가며 분주하게 쇼핑했다. 주차장에는 단체관광객(游客·유커)을 실어나르는 대형 관광버스 대신 산커들이 이용한 승합차들이 줄지어 주차돼 있다. 인근 바오젠(寶健) 거리는 여전히 한산했다. 바오젠거리는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들르는 곳으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커로 가득 찼던 곳이다.

지난해 7월 최악의 한중 관계 터널 진입, 양국 모두 큰 손해 #문재인 정부 특사 외교 이후 양국 모두 관계 개선 움직임 #유커 쇼핑명소 제주 바오젠거리 상인들 "매출 회복" 기대 #한중관계 악화로 대폭 줄었던 청주·대구공항 8월부터 운항재개 #인천시 중국 자매도시와 협력 강화,공무원 상호 파견 재개키로 # 대구시,중국 현지 여행사 상대로 의료 스포츠 마케팅 하기로

21일 오후 제주시 연동의 한 면세점에서 중국인 개별관광객(散客·산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제주=최충일 기자

21일 오후 제주시 연동의 한 면세점에서중국인 개별관광객(散客·산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제주=최충일 기자

하지만 지난 3~4월과는 달리 상인들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보복으로 끊겼던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제주관광이 재개될 움직임을 보여서다. 바오젠 거리에서 귀금속 판매점을 운영하는 현모(45)씨는 “정권이 바뀌면서 한·중 관계가 개선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지난해보다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지만 조만간 나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사드 체계 배치 결정 이후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가 문제인 정부 출범 이후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지역 관광업계에도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이르면 하반기부터 중국의 보복 조치가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자치단체와 관광업계는 중국인 관광객을 맞이할 채비에 나섰다.

21일 오후 제주시 연동의 한 면세점에서 중국인 개별관광객(散客·산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제주=최충일 기자

21일 오후 제주시 연동의 한 면세점에서중국인 개별관광객(散客·산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제주=최충일 기자

지난 3월부터 중국행 국제선 운항 편수가 크게 줄었던 청주국제공항은 이르면 8월쯤 운항이 재개될 전망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 중단된 청주~중국 노선(선양·상하이·하얼빈·다롄·닝보)을 8월 20일~9월 초 다시 운항에 들어갈 예정이다. 중국 옌지(延吉)·하얼빈(哈爾濱) 등 2개 노선을 잠정 중단했던 중국 남방항공은 다음 달 3일부터 청주~옌지 노선을 다시 운항하다. 아시아나항공 지난달 26일부 청주~베이징(北京) 노선에서 운항을 재개했다.

청주공항 국제선 정기선 노선 9곳 중 8곳은 중국노선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지난 3월 항저우(杭州)·옌지 등 2개 노선을 제외한 6개 중국행 정기노선이 전면 중단됐다. 청주공항은 지난달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 등 2개 부정기 노선이 취항했지만 유커 감소세를 만회하지 못했다. 지난해 청주공항 국제선 이용객 61만4060명 중 외국인 승객의 99%가 중국인일 만큼 유커 비중이 컸다.

이장연 충북도 공항지원팀장은 “아직 여행 금지조치가 해제된 것은 아니지만 중국 현지에서 한국관광 모객 활동을 재개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며 “한·중관계 해빙무드에 따라 항공사들 역시 중국행 정기노선을 서둘러 재개하려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중국노선 운영을 중단한 대구국제공항 내 항공사들도 모객 준비에 나섰다. 대구~중국 노선을 운영하는 대한항공·제주항공·에어부산·티웨이항공 등은 사드 보복 이후 개점휴업 중이다.

상하이(上海) 노선을 운행했던 티웨이항공 최철훈 과장은 “아직 중국 정부가 여행 제한 조치를 공식적으로 푼 것은 아니지만 10월쯤 운항이 재개될 것으로 보고 8월부터는 모객에 나설 방침”이라며 “중국 상황을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치단체들은 중국 자매도시와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등 화해모드 만들기에 들어갔다.

제주도에서 운영하는 베이징 홍보사무소에 따르면 현지 여행업계에는 6월부터 금한령(禁韓令)이 해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한령 장기화로 매출감소를 겪고 있는 현지 여행사들이 언제라도 한국행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채비에 나서면서다. 중국 3대 여행사인 ‘중국청년여행사’ 산하 온라인 여행사는 금한령이 풀리자마자 한국행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제주를 찾은 중국인은 50만355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6만2017명)보다 47.7% 줄었다.

이승찬 제주도 관광국장은 “특사 파견과 정상회담 논의 등 양국간 협력 분위기가 짙어지면서 중국 현지에서 한국관광 재개에 높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며 “금한령 해제 후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관광공사의 현지 설명회 및 문화관광대전 등 대규모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제주시 바오젠거리.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단체관광객(遊客·유커)의 발길이 끊겨 한산한 모습이다. 제주도는 특사파견 등 한중관계 개선으로 이르면 다음 달부터 관광객이 제주도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주=최충일 기자

21일 오후 제주시 바오젠거리.중국의 사드보복으로 단체관광객(遊客·유커)의 발길이끊겨 한산한 모습이다.제주도는 특사파견 등 한중관계 개선으로 이르면 다음 달부터 관광객이 제주도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제주=최충일 기자

인천시는 8월부터 중국 다롄(大連)시와 공무원 상호 파견사업을 재개한다. 2004년부터 파견을 이어오다 지난해 잠정 중단됐다. 내년 초에는 상호 파견도시를 2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추진하려다 중단된 ‘인천·텐진(天津) 인문교류 테마도시’ 사업도 재개한다. 인문교류 사업은 시립예술단 상호 방문 공연, 문화·학술교류 사업 등이 포함돼 있다.

다음달 중국 쿤밍(昆明)에서 개최되는 ‘2017남(동남)아시아 국가상품전·상담회’에 인천기업 참가도 추진 중이다. 7월21~26일 윈난(雲南)성 주최 청소년교류프로그램 참가와 9월 후난성(湖南) 가공식품 기업교류전도 준비 중이다.

대구시는 다음 달부터 중국 현지 여행사를 대상으로 세일즈 마케팅, 스포츠·의료 등 테마형 관광상품 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8~9월 사이에는 중국 연예인과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홍보성 투어를 개최한다. 중국 여행작가들을 초청해 대구 관광명소를 둘러보게 하고 여행 가이드북도 펴낼 예정이다. 9월 광저우(廣州), 10월 쿤밍에서 열리는 관광박람회에도 참가한다.

정풍영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중국의 한국관광 금지로 얼어붙었던 중국인 단체여행객 유치가 조용한 분위기 속에 살아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다양한 대(對)중국관광마케팅 사업을 펼쳐 많은 중국인들이 다시 대구를 찾을 수 있도록 중국관광시장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인천항과 시내 면세점도 중국과의 화해무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항에 입항한 크루즈는 62척, 16만5000명이었다. 올해도 43척이 예정돼 있었지만 중국에서 출발하려던 크루즈 22척이 취소되면서 후폭풍을 맞았다.

항만공사는 단체 관광객의 비자 소요기간이 1~2개월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 이르면 6월 말이나 7월 초부터는 중국 크루즈가 속속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발 크루즈가 입항하면 인천시내 면세점도 매출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시내면세점 엔타스의 이승규 부사장은 “금한령 이후 중국 관광객들은 거의 오지 않고 있다. 동남아 관광객 200~300명이 전부”라며 “중국 관계가 완화되면 숨통이 조금 트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전·청주·인천·제주·대구=신진호·최종권·임명수·최충일·김정석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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