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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줄푸세 만든 김광두, 새 정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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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김광두(71) 서강대 석좌교수가 21일 임명됐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전략 및 주요 정책 방향 수립을 돕는 대통령 자문기구다.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경제부총리 등 5명의 당연직 위원, 30인 이내의 민간위촉위원 등으로 구성된다. 부의장은 자문회의의 실질적 리더 역할을 한다.

문 대통령, 보수 경제학자에게 자문 역할 맡겨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손 맞잡아야"

국민경제자문회의는 지난 정부에서 자문기구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위상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주요 인사를 직접 발표하면서 “우리 경제를 살리는 데 국가의 역량을 모으기 위해 헌법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대해서는 “저와 다소 다른 시각에서 정치경제를 바라보던 분이지만 이제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경제가 가야 할 길이 성장이냐 분배냐 이분법이 아니라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에 있기 때문에 국민경제자문회의가 헌법의 취지대로 활성화돼 국민들의 삶을 개선해 내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김광두.

전남 나주 출생인 김광두 원장은 광주제일고와 서강대 경제학과를 나온 하와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원 등을 거쳐 1985년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가 됐다. 대표적인 2세대 서강학파로 분류된다. 서강학파는 1960년대 미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 서강대 교수로 활동했던 학자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고도성장기 경제 관료로 임명되거나 정책의 이론적 배경을 제시하는 등 한국 경제 성장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

김 교수의 이름이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건 2007년 대통령 선거 때다. 200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내 경선 당시 내세운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공약을 제안한 걸로 잘 알려져 있다. 이후에도 ‘박근혜의 경제교사’로 불렸고, 2010년 박 전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원장을 맡았다. 18대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이 당선 된 후 경제부총리 후보로 꾸준히 언급됐지만 이렇다 할 직책이나 역할을 맡지 못했다. 관계가 소원해진 이후 최경환 전 부총리의 경제정책을 비판하기도 했고,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지적과 함께 박근혜 정부와 각을 세웠다.

[문재인 인재영입 발표/20170315/여의도/박종근]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렸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과 ‘삼성 저격수’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중도 진보 성향으로 사회통합을 주장해온 김호기 연세대 교수 등 인재영입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김 교수, 김 소장, 김 원장, 문 전 대표.

[문재인 인재영입 발표/20170315/여의도/박종근]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렸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과 ‘삼성 저격수’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중도 진보 성향으로 사회통합을 주장해온 김호기 연세대 교수 등 인재영입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김 교수, 김 소장, 김 원장, 문 전 대표.

김 교수는 지난해 12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대통령과 멀어진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나는 그분의 공익 우선 원칙과 신뢰 추구 등의 가치를 공감했다. 또한 그분이 국민행복을 증진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의 소망이라는 데도 동의했다. 2007년부터 2011년 사이에 함께 정책 공부를 했다. 그사이 이명박 정부에서 공직 제안도 있었지만 의리를 지키기 위해 사양했다. 2011년부터 경선 캠프, 대선캠프를 만들어 선거전을 시작했는데, 공부할 땐 느끼지 못했던 폐쇄적 리더십을 경험하게 됐다. 소통에 문제가 있었고, 보좌관에 대한 의존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았으며 자기의 사고 범위를 벗어나는 언행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가지게 됐다. 이런 점을 직접적으로 본인에게 지적하고, 개선을 요청했으나 성과는 없었다. 그런 과정에서 공감대가 약해지고 멀어졌다고 본다.”

그러다 올 3월 15일 김상조 한성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와 함께 ‘더문캠’에 합류해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문 대통령의 ‘사람중심 성장경제’ 비전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오랫동안 성장이냐 분배냐를 놓고 계속해서 고민해 왔지만 이 둘을 조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선택은 바로 사람”이라며 “사람에 대한 투자와 소득 향상이 기업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면 전체 국가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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