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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5당 원내대표와 무슨 대화 나눴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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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들과 오찬 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들과 오찬 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처음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자유한국당 정우택, 국민의당 김동철, 바른정당 주호영,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2시간 20분 간 대화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제의로 각 당의 공통공약을 우선 추진하기로 했고, 여ㆍ야ㆍ정 국정 상설협의체를 구성해 국회에서 구체적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는 대부분 정국이 경색됐거나 경제난국이 있을 때 풀기 위한 방안으로 이런 자리를 마련했는데 이제는 상시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하자”며 여ㆍ야ㆍ정 상설 국정협의체를 제안했다고 한다.

◇야 “대통령, 협치 필요인식”=문 대통령의 제안 및 5자회동 자리에 야당 원내대표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먼저 여야정 협의체를 이야기하셔서 깜짝 놀랐다”며 “협치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120석을 가진 정당으로서, 41%의 지지를 받은 대통령으로서 필수라는 인식을 갖고 계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대통령에 당선되고 바로 당사를 방문해준 것이나 열흘 밖에 되지 않았는데 5당 원내대표 회의를 열어준 것은 소통의 의미로 생각한다”고 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도 “상시적으로 만나겠다는 다짐을 하셔서 저는 오늘 제일 큰 선물을 받고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저희가 30일 전까지 야당을 했다”며 “야당의 처지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상머슴으로서 야당 원내대표님들과 언제든지 협의하고 상의하겠다”고 다짐했다.

◇“호남 전·남북 따로 배려”=문 대통령은 새 정부 인사 문제와 관련해서 “지역 안배에 앞으로 계속해서 신경쓸 것”이라며 “호남도 광주ㆍ전남과 전북을 따로 배려하겠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와 박균택 법무부 검찰국장 등 호남 출신 인사들을 요직에 기용한 것에 대한 설명이었다. 문 대통령은 “인사 문제는 적재적소가 지역 안배보다 훨씬 중요한데, 그동안 지역 안배를 안하다보니 갈등이 많이 생겨났다”며 “탕평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게 적재적소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김 원내대표가 전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검찰 조직의 가장 상층부인 검찰총장 인사를 하는 데 있어서 국회의 특별다수결 동의를 얻어야 한다. 야당이 반대하는 인사를 밀어붙이기식으로 해선 안 된다”고 제안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러면 인사를 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하면서도 “검찰 인사를 신중하게 하되, 야당 반대가 있는 인사를 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주 원내대표는 정무장관직 부활을 제안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우선 정무수석의 활동을 봐가면서 필요하면 판단을 하겠다”고 답변을 미뤘다고 한다.

◇사드는 신경전=여당과 야당의 입장이 갈린 것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체계 배치 문제였다. “사드가 국회 비준 사항인지, 사드 배치를 되돌릴 것인지 입장을 분명히 해달라”는 정 원내대표의 요구에 문 대통령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미국과 중국에 특사가 가있고 특사활동의 결과 등을 보고받고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특사 활동 결과에 대해서는 “국회와 정당에 충실히 설명하고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배석했던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회동후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어떤 로드맵을 확정해놓고 가는 것이야말로 ‘하지하책(下之下策)’”이라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차근차근 해결책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전향적으로 (입장이) 바뀌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야, “개혁독선은 우려”=이날 회동으로 인해 국회에선 검찰ㆍ국정원ㆍ방송개혁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박수현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국회 차원의 합의가 이뤄지기 전이라도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근절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에게 “일방적인 행정조치나 업무지시는 최소화하고 시스템에 의한 개혁을 추진해달라”(김동철·주호영 원내대표)는 건의도 나왔다.
미세먼지 대책 등에 국회와 협의없이 문 대통령이 선(先)조치를 취한 걸 겨냥한 말이었다. 특히 주 원내대표는 “정부 안에 각 기구들마다 권한이 있는데 가이드라인 내지 지침을 세우는 것처럼 보여지면 그게 나쁜 방향도 있을 수 있다”며 “‘개혁독선’이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동안 국정 공백이 상당기간 있었고, 그런 과정에서 시급하게 해야될 것들이 있다 생각해서 일부 지시를 취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약속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문 대통령은 정규직화에 5년이 걸린 서울시의 예를 들며 “연착륙을 위해서 여러가지 타임스케줄을 짜서 순차적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박유미·추인영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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