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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대기업 갑질 차단, 좋은 일자리 늘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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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공정한 경쟁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공정한 경쟁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재벌 저격수가 등판했다. 문재인 정부 첫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된 김상조 한성대 교수다. 아직 인사청문회가 남았지만 기업들은 긴장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김 후보자는 18일 첫 출근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간담회 도중 ‘잘 안 들린다’는 지적에 마이크를 들고 기자들 앞으로 직접 나서기도 했다.

공정위원장 후보자 간담회 #기업집단국 신설, 기능 강화 #4대 그룹에 엄격한 기준 적용 #순환출자 해소 서둘지 않을 것 #골목상권·가맹점 실태 파악 #행정력 총동원해 해결 노력 #시민단체 때 입장 고수 안 해

이날 김 후보자는 강력한 개혁 의지를 천명했다. 그는 “4대 그룹(삼성·현대자동차·SK·LG)이 30대 그룹 전체 부의 3분의 2를 차지한다”며 “일부 상위 그룹에 정책을 집중시키는 것이 맞고 대통령도 이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대기업을 집중 감시하는 조직은 부활시킨다. 김 후보자는 “기업집단과를 국(局)으로 확대해 경제 분석 능력과 조사 기능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자는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에 있을 때 한 얘기를 다 실현할 순 없다” “대기업이 더 발전해야 하는 건 당연한 명제”라는 말도 했다. ‘너무 공격적’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안정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안이 많은데 우선순위는.
“ 밖에서 공정위를 바라보며 말했던 것을 공정위에 들어와서 그대로 할 수는 없다. 직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겠다. 공정위의 존재 목적은 시장의 공정한 경쟁 질서를 확립하고, 그를 통해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는 것이다.”
기존 순환출자 해소가 문재인 대통령의 10대 공약에선 빠졌다.
“기존 순환출자 가 가공자본을 창출하는 심각한 문제란 인식은 변함없다. 5년 전만 해도 순환출자 고리가 14개 그룹, 9만8000개에 달했다. 그러나 지금은 7개 그룹, 90개 정도로 축소됐다. 순환출자가 총수의 지배력과 유의미한 관계가 있는 곳도 현대차그룹밖에 없다. 아주 시급한 건 아니라는 판단으로 이해해 달라.”
대기업 규제에 대해 관심이 크다.
“재벌 개혁의 큰 목표는 ‘경제력 집중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이다. 목표는 두 가지인데 적용하는 그룹의 범위나 규제 수단은 일률적이었다. 그러니 상위 그룹엔 규제의 실효성이 없고, 중하위 그룹은 힘들어하는 상황이었다. 30대 그룹 전체보다는 4대 그룹에 정책을 집중시키는 게 맞다. 새로 법을 만들어서, 쉽게 말해 때려잡겠다 이런 건 아니다. 재량권이 있는 만큼 법을 집행할 때 더 엄격한 기준으로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조사국 부활을 이야기했는데.
“공정거래법 규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한 축은 법에 정한 요건을 벗어난 경우다. 당연히 위법이다. 담합이 그렇다. 이런 걸 뺀 나머지, 대표적으로 불공정 행위 등은 경제 분석을 거쳐야 한다. 행위가 어떻게 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의 후생을 얼마큼 해쳤는지 따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경제 분석 능력을 키워야 한다. 현재의 기업집단과를 국으로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전속고발권 폐지 는 어떻게 푸나.
“분명히 현행대로 가진 않는다. 다만 공정거래법을 집행하는 주체는 하나가 아니다. 공정위가 하는 행정규율이 있고, 피해 당사자가 하는 민사규율, 검찰이 대응하는 형사규율도 있다. 여러 규율이 조화롭게 작용하도록 만들 것인가 하는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 어떻게, 어디까지 풀 것인지 국회와 잘 협의하겠다.”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데 기업을 너무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대기업 없이 힘든 게 맞다. 20년 동안 시민단체에서 활동했지만 내 입으로 ‘재벌 해체’를 꺼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다만 1900만 명가량의 임금 근로자 중 10대 그룹의 직접 고용은 100만 명 정도밖에 안 된다. 대기업 의 성장이 국민의 소득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결국 중소·중견기업이 중요하다. 대기업의 갑질이나 불공정한 거래 때문에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면 해소해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
소비자 정책 분야의 공약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취임하면 초기에 가장 집중하고 싶은 게 바로 이 부분이다. 오늘 아침 보고를 받을 때도 공정위가 진짜 행정력을 총동원해야 할 부분은 바로 골목상권·가맹점 등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실태 파악이 먼저다. 의욕이 앞서면 잘못된 정책이 나온다.”
예전보다 우클릭한 것 아닌가.
“반응을 보니 우려와 기대가 섞여 있더라. 우려는 크게 두 가지인 듯하다.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닐까 하는 우려, 또 한편에선 너무 말랑해진 거 아닌가 하는 우려다. 그러나 개혁에 관한 의지는 조금도 후퇴하지 않았다. 다만 2008년 이후 세계 경제가 변했다. 좀 더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개혁 방안을 찾고자 한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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