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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의 검찰개혁 방향은..."검찰은 피흘리는 목덜미 물어뜯어온 조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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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검찰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이영렬 서울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의 '돈봉투 만찬'과 관련해 직접 감찰을 지시한 데 이어, 18일에는 두 사람의 사표를 반려했다.

사표를 받는 선에서 문제를 정리하지 않고, 현직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게 한 뒤 끝까지 사실관계를 파헤치겠다는 뜻이다.

검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검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선 이번 감찰이 '검찰개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감찰의 일차적인 목표는 '공직기강 확립'이 될 수 있지만, 종착점은 검찰개혁이 될지 모른다는 의미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은 본질적으로 권력 지향적인 조직"이라며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사람 몇 명 바꿔서는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본질적으로 ‘피 흘리는 정부의 뒷덜미를 물어뜯으며 기득권을 지켜온 조직’이 아니었느냐.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검찰이 그동안 어떻게 해왔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했다.

이른바 ‘정치검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문 대통령의 저서 『운명』에도 나타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고 귀가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대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고 귀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을 장악하려 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보장해주려 애썼던 노 대통령이 바로 그 검찰에 의해 정치적 목적의 수사를 당했으니 세상에 이런 허망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고 썼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함께 근무했던 한 인사는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가 검찰에 개입하지 않으면 스스로 개혁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경험한 문 대통령은 현재의 검찰을 ‘적폐의 공모자’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사들과 대화'를 진행했다. 그는 측근들에게 "권력기관인 우리가 권력을 쥔 검찰과 놀아주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개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검사들과 대화'를 진행했다. 그는측근들에게 "권력기관인 우리가 권력을 쥔 검찰과 놀아주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개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의 수단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검찰개혁을 위한 조치로 검사를 수사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공약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단순한 기구의 설치보다 '인사'를 주요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다.

공무원의 인사권을 궁극적으로 대통령에게 있는 만큼 인사를 통해 검찰의 조직 문화 자체를 뜯어고치겠다는 생각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분명한 것은 검찰 역시 공무원이라는 점"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폐쇄적 검찰조직을 외부에 개방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방장관을 임명하면서 ‘임기 내에 민간인 2명을 고위직 간부에 임명한다’는 내용의 비밀 각서를 받은 적이 있다”며 “현재 국방장관에 현직이 아닌 퇴직 군인이 임명되는 시스템이 당시의 각서를 통해 정착된 것으로, 문 대통령은 재임중 법무장관과 국방장관에 비법조인과 민간인을 기용한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검찰총장의 경우는 "독립된 검찰총장후보위원회를 구성해 검찰총장 임명에 권력 개입을 차단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번 ‘돈봉투 만찬’ 사건의 감찰결과도 검찰 개혁의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참모진과 대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조국 민정수석에게 '국정농단' 사건의 재조사를 지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참모진과 대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조국 민정수석에게 '국정농단' 사건의 재조사를 지시했다.

  노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에는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때 등장했던 노 전 대통령의 특수활동비 수사와 관련한 내용이 나온다. 당시 수사의 핵심은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의 특수활동비 횡령 혐의였다.

노 전 대통령은 책에서 “그(정상문)는 내가 퇴임한 후에도 집사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특수활동비를 떼서 몰래 쌓아 두었지만 더 무슨 변명을 할 것인가”라고 적었다.

주요 기관 특수활동비

주요 기관 특수활동비

이 과정을 지켜본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 사용 관행을 잘 알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말한다.

한 청와대 참모는 “통상 최측근 인사를 임명해오던 총무비서관에 일면식도 없는 관료 출신의 이정도 비서관을 임명한 배경이 어디에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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