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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 준비 끝낸 허프, 설레는 LG팬들

중앙일보

입력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프로야구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전이 12일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됐다. LG 허프가 역투하고 있다.잠실=양광삼 기자yang.gwangsam@joins.com/2017.05.12/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프로야구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전이 12일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됐다. LG 허프가 역투하고 있다.잠실=양광삼 기자yang.gwangsam@joins.com/2017.05.12/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허프(33·미국)는 올 시즌을 앞두고 LG 선발진을 '패뷸러스(fabulous·굉장한)5' 라고 표현했다. '패뷸러스5'는 주전선수 5명 모두가 출중한 기량을 갖춘 농구팀(특히 1991년 미시간대학 신입생 5인방)을 일컫는 말이다.

LG에는 허프와 헨리 소사(32·도미니카공화국), 류제국(34)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1~3선발이 있다. 또 지난 겨울 자유계약선수(FA) 차우찬(30)을 영입했고, '최강 5선발' 임찬규(25)까지 가세했다. 허프가 말한 '패뷸러스5'의 구성을 깬 선수는 아이러니하게도 허프 자신이었다.

지난 3월 무릎을 다친 그는 지난 12일 서울 잠실 한화전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오랜만에 허프를 본 LG팬들은 일제히 일어나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그는 "뜨거운 환호를 받아서 기분이 아주 좋았다. LG팬들의 무한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잘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허프는 1-1로 맞선 3회부터 5회까지 1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그러나 투구수 40개를 넘기면서 구위가 급격히 떨어졌고, 6회 안타 4개를 맞고 3실점한 뒤 강판됐다. 팬들의 환호는 우려로 바뀌었다.

지난 16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허프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에겐 시즌 첫 등판이었을 뿐이다. 완전한 몸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다. 비록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지금 몸 상태는 100%"라고 강조했다. 허프는 17일 훈련이 끝난 뒤 광주 원정 응원을 온 LG팬들을 발견하고는 공을 던져주며 환하게 웃었다. 팀 동료들과는 장난을 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컨디션이 좋아보였다.

허프는 지난해 7월 스콧 코프랜드의 대체 선수로 LG에 합류했다. 그는 메이저리그 통산 120경기에 출전해 25승(30패)을 거둔 실력파 왼손 투수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일각에선 지난해 초 팔꿈치 수술을 받은 점을 우려하기도 했다.

엇갈린 시선속에서 허프는 빠르게 한국 무대에 적응했다. 7월 말 8위에 머물고 있었던 LG는 허프가 가세한 후 64경기에서 37승1무26패(승률 0.587)로 선전했다. 허프는 결국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7승2패,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하며 LG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LG팬들은 '허프는 LG의 호프'라며 그에게 찬사를 보냈다.

지난 두 달 동안 허프는 2군 경기장인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젊은 선수들과 함께 훈련했다. 그는 손으로 가슴을 툭툭 쳐보이며 "동료들이 '몸집이 전보다 더 커졌다'며 놀라워 한다"며 "빨리 경기에 나서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계획대로 복귀를 준비했다. 서둘러 1군에 올라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 시즌 LG는 허프가 빠진 상황에서도 KIA·NC와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허프는 "(선두싸움 중인 상황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이제 시즌 초반이고, 올라갈 팀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마운드 위에서 내 투구를 보여주고, 팀이 승리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밝혔다.

허프는 시속 150㎞의 빠른 공과 수준급 체인지업을 구사한다. 컷패스트볼도 유용한 무기다. 특히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넘나드는 정교한 제구력까지 갖추고 있다. 그는 "올 시즌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진 건 분명 유리한 점이다. 실제로 던져보니 볼이라고 생각한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적도 있었고,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곧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시즌 끝까지 완주하고 싶다"고 했다.

양상문 LG 감독은 "허프가 90개 이상 던질 수 있는 컨디션을 만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허프의 등판 일정을 묻는 질문에는 확답을 피했다.  양 감독은 허프를 18일 KIA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에 등판시키려고 했지만 하루 더 미뤘다. 18일 경기에는 김대현이 선발로 나선다.

광주=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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