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특검 전엔 FBI 국장 못 뽑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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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미국 LA 근교에 있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골프장에 난입한 시위대 200여 명이 인간띠로 “저항하라!”는 구호를 만들었다. [AP=뉴시스]

13일(현지시간) 미국 LA 근교에 있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골프장에 난입한 시위대 200여 명이 인간띠로 “저항하라!”는 구호를 만들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 파문이 특별검사 요구에 탄핵 주장으로 이어지며 연일 미국 정가를 흔들고 있다. 현 상황이 닉슨 전 대통령의 사임으로 이어진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보다 더 심각하다는 주장도 있다.

트럼프 탄핵론, 헌법학자 중심 확산 #공화당서도 “코미 해임이 신뢰 훼손” #번스타인 “워터게이트보다 위험”

야당인 민주당은 일차적으로 FBI 국장 선임을 막으면서 특별검사 도입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인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14일(현지시간) CNN에 출연해 “당 차원에서 FBI 국장 인선 저지 문제를 논의하겠지만, 나는 인선을 막는 것을 지지할 것”이라며 “누가 FBI 국장이 되느냐는 누가 특검에 임명되느냐와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조사할 특검이 임명될 때까지 FBI 국장 인선을 가로막겠다는 의미다.

슈머 원내대표는 또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해 특검 도입을 민주당 당론으로 사실상 굳혔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에도 가능하다면서 후임 인선을 서둘러왔다.

이런 가운데 상원 정보위 간사인 마크 워너(버지니아) 의원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워터게이트 파문으로 탄핵 직전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까지 거론하면서 “과거 은밀하게 모임과 만남을 녹취한 전직 대통령들은 ‘좋은 결과(good outcome)’를 얻지 못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공화당 내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트럼프 비판에 가세하는 등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벤 새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CBS 인터뷰에서 코미 해임이 정부 기관의 신뢰를 훼손시켰다고 지적하면서 “(당파성을 넘어) 미국 시민들의 공통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탄핵 여론도 본격화되고 있다. 헌법학자인 하버드 로스쿨의 로런스 트라이브 교수는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실은 칼럼에서 “지금 국가는 정부 시스템을 위험에 빠뜨리는 대통령과 직면해 있다. 대통령에 대해 우려하고, 탄핵을 숙고해야 하는 이유는 코미 국장 해임 전부터 존재해 왔다”면서 탄핵을 촉구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을 예측한 극소수 전문가 중 한 명인 앨런 릭트먼 아메리카대 교수도 12일 뉴스위크에 “탄핵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 기자 중 한 명인 칼 번스타인은 14일 CNN 인터뷰에서 “어쩌면 워터게이트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가 언론을 미국의 적으로 돌리며 브리핑을 폐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데 대해서도 “닉슨보다 기만적(treacherous)”이라고 비판했다.

이경희·홍주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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