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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의 대대적 당직개편...당 갈등 봉합인가 잠복인가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5일 대대적인 당직인선을 단행했다.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 20개 중 18개 자리의 얼굴을 바꿨다. 전면적인 개편에 대해 추 대표는 “대통령을 강력하게 지원하는 든든한 집권당으로 가는 첫 걸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합ㆍ대탕평 원칙에 입각해 적재적소에 인물을 배치했다”고 했다. 실제로 그가 임명한 새 얼굴들중엔 친문재인계(친문), 비문재인계(비문)의원은 물론, 지난 경선에서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를 도왔던 의원까지 골고루 포함됐다.
 먼저 안규백 사무총장의 후임엔 이춘석(3선) 의원을, 윤호중 정책위의장 후임엔 김태년(3선) 의원을 임명했다. 이 신임 사무총장은 비문계로 분류되지만 계파색이 엷다. 전북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전북 지역 표밭을 고루 다지며 문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다. 문 대통령의 전북지역 득표율은 64.8%로 전국 평균(41.1%)보다 23.7%.포인트나 높았다. 추 대표는 이 총장 인선에 대해  “압도적 지지를 보내주신 호남에 당이 화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대선 당시 선대위 특보단장을 지낸 핵심중의 핵심 친문계다. 문 대통령의 신뢰가 두텁고, 청와대와 정부 내에도 인맥이 넓다. 정책면에서는 20대 국회에서 예결위원회 간사를 맡아 예산에 대한 이해가 특히 깊다.
사무총장 인선엔 호남 배려, 정책위의장 인선엔 당청 소통 강화라는 코드가 담겨있는 셈이다.

추 대표가 당초 사무총장으로 유력하게 검토했던 김민석 전 의원은 결국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으로 정리됐다. 사무총장직은 맡지는 못했지만 당내에선 김 전 의원의 향후 역할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그는 연구원장 인선 발표 뒤 페이스북에 "나라와 당의 장래를 그려보는 일을 하게 됐다. 많이 도와달라. 감사하다"고 썼다.

당 대변인엔 초선인 백혜련 의원과 김현 전 의원이 임명됐다. 교육연수원장은 전혜숙(재선) 의원, 전략기획위원장은 이재명 시장 측근인 김영진(초선) 의원, 홍보위원장은 제윤경(초선) 의원, 대외협력위원장은 안희정 충남지사를 도왔던 정춘숙(초선) 의원이 맡게됐다.  당대표 비서실장엔 문미옥(초선) 의원, 특보단장에는 김화숙 전 의원이 임명됐다.

 대선 이후 추 대표의 인사추천위 구상이 친문계의 반발로 무산되고, "추 대표가 자기 사람을 당직에 심어 친정체제를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면서 당청간,당내 계파간 갈등의 조짐이 강하게 일었다.

하지만 추 대표가 '문재인 선대위' 출신들을 중용하는 등 비교적 모나지 않은 인사안을 발표하면서 일단 갈등은 수면아래로 잠복할 전망이다. 익명을 원한 친문계 의원은 그러나 "추 대표가 대선 승리로 조성된 화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괜한 분란만 초래했다는 비판 기류가 당내엔 분명히 있다"며 "또다시 당 화합을 깨면서 자기 색깔을 드러내려 할 경우 잦아들었던 갈등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민주당 중앙위원회는 이날 '국정운영에 필요한 인사를 당이 추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된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추 대표는 당초 인사추천위원회의 설치를 주장했지만 "청와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친문계 의원들의 반발을 낳자 절충안을 택한 것이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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