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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울퉁불퉁한 다리 핏줄, 마취 않고 매끈매끈하게 만듭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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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민병원 김혁문 원장이 하지정맥류의 원인과 다양한 치료법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민병원 김혁문 원장이 하지정맥류의 원인과 다양한 치료법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다리에 푸르스름하게 올라오는 핏줄. 미용상 노출을 꺼리게 된다. 그대로 두면 핏줄은 점점 굵어지고 부풀면서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온다.

레이저·고주파 열 쓰지 않고 #접착제로 혈관벽끼리 붙여 #수술 위험 줄이고, 통증 없어

외관상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다리는 무거워지고 쉽게 피로해진다. 통증이 생기고 급기야 다리 피부가 괴사하게 된다. 혈관질환인 ‘하지정맥류’의 무서움이다. 다행히 다양한 치료법이 나와 있다. 최근에는 의술이 발전하면서 하지정맥류 치료법도 진화했다.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통증을 줄이고 과정을 간소화한 신의료 기술이다. 민병원 정맥류센터 김혁문 원장에게 정맥류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의학적으로 ‘류(瘤)’는 혹을 뜻한다. 정맥류는 정맥이 혹처럼 확장된 상태를 말한다. 뇌동맥류가 뇌에 있는 동맥이 부풀어오른 질환인 것처럼 하지정맥류는 다리 쪽을 지나는 정맥이 늘어나 부푼 질환이다. 한마디로 혈관에서 피가 역류해 생긴다. 혈액은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뒤 동맥과 정맥을 거쳐 다시 심장으로 들어가는 순환 과정을 거친다. 혈액이 잘 순환하려면 피가 일정 방향으로만 흐르도록 조절하는 일종의 밸브가 필요한데, 이 기능을 하는 것이 판막이다.

하지정맥류는 이 판막이 손상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생긴 질환이다. 등산처럼 다리 운동을 무리하게 하거나 오래 서서 일하는 경우, 다리를 쉬어주지 않을 때 잘 손상된다. 피부 바로 밑에 있는 표피정맥으로 피가 역류하는 상태다. 산소가 부족한 정맥혈이 다리에 쌓이는 셈이다.

민병원 김혁문 원장은 “정맥혈은 다시 심장으로 들어가 산소를 공급받아야 하는데 피가 역류하면 산소가 부족한 혈액이 심장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다리에 머물게 된다”며 “하지정맥류 환자가 다리에 쥐가 나거나 다리가 저리고 피부가 괴사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맥혈 역류 차단이 관건

치료는 피가 역류해 들어간 혈관을 제거하거나 막는 것이 기본 원리다. 혈관을 제거하거나 막으면 문제가 생길 것 같지만 오히려 반대다. 하지정맥류가 생긴 정맥은 판막이 고장나 피가 제대로 흐르지 못하는 혈관이다. 이 혈관으로 가는 혈류를 차단하면 정맥혈의 90% 정도가 흐르는 주 혈관인 심부정맥의 흐름이 원활해진다. 김혁문 원장은 “하지정맥류가 생긴 부푼 정맥은 해가 되는 혈관으로 변해 버린 상태”라며 “현재는 다양한 치료법으로 고장난 혈관을 차단한다”고 말했다.

가장 기본적인 치료는 문제가 있는 정맥을 수술로 제거하는 정맥발거술이다. 가장 원시적이면서 고전적이지만 확실한 치료법이다. 중증 환자에게는 현재도 꾸준히 시행되는 치료법이다. 보통 척추마취를 하기 때문에 짧게는 하루, 길게는 1주일 입원해야 한다. 피부를 절제해야 하기 때문에 출혈과 신경 손상 위험이 있고, 수술 후 통증이 있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레이저 혈관 폐쇄술, 고주파 혈관 폐쇄술이다. 척추마취나 신경마취 아래 레이저는 600도 이상, 고주파는 이보다 낮은 200도의 열로 문제가 생긴 혈관 내벽을 지지거나 태워서 막는 방식이다. 현재 하지정맥류 치료에 가장 많이 적용되는 치료법이다. 두 방식 모두 고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통증이나 주변 신경 손상 위험이 존재한다.

최근엔 이들 치료법의 단점을 보완한 치료법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말 신의료 기술로 등재된 ‘시아노아크릴레이트를 이용한 복재정맥 폐색술(베나실)’이다.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치료법이다. 민병원은 국내 전문병원 최초로 이 치료법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문제가 생긴 혈관을 아예 뽑아서 제거하거나 태워서 막았다면, 이 치료는 일종의 접착제를 이용해 혈관벽끼리 접착시켜서 막는다. 발목 쪽에 직경 1~2㎜의 카테터 관을 넣어 시아노아크릴레이트라는 액체를 주입한다. 그러면 혈관벽이 서로 붙으면서 막히고, 더 이상 정맥혈이 역류하지 않게 된다. 열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치료에 비해 위험이 작고 통증이 거의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통증을 유발하지 않아 별도의 마취가 필요없지만 카테터를 집어넣을 때 환자에 따라 주입부에 국소마취를 하는 경우는 있다.

수술 직후 보행·퇴원 가능

시술 후 바로 보행해 퇴원할 수 있다. 김 원장은 “베나실 치료법은 하지정맥류 치료에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고 있다”며 “기존 치료법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회복이 빠르면서도 재발률에 차이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 상태에 맞는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김 원장은 “작은 혈관 정맥류에 쓰이는 경화제 주사치료는 자칫 큰 혈관에 무리하게 적용하면 폐색전증이 생길 수도 있고, 중증 환자는 고주파·레이저·베나실 치료에 한계가 있어 발거술이 필요하다”며 “전문가에게 환자 상태에 따른 최적의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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