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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경찰, 개헌 전에도 영장청구권 확보?...묘수 찾기 나서

중앙일보

입력

2017년 들어 수사구조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2017년 들어 수사구조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경찰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나누겠다”고 공약했다.

경찰은 새 정부의 검찰 개혁 의지가 표면화하자 경찰이 자체적으로 연구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준비 중이다. 경찰이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영장청구권이다. 사실상 수사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영장청구권은 헌법상 검찰이 독점하고 있어서 경찰은 “수사에서 검·경을 상명하복 구조로 만드는 원흉”이라는 불만을 제기해 왔다.

현재는 경찰이 검찰에 구속영장이나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이 이를 검토한 뒤 법원에 청구하는 구조다. 영장 발부 여부는 법원이 결정하지만 그 이전인 검찰 단계에서 기각될 수 있다.

익명을 원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그간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은 보완지시를 내리거나 때론 이를 뭉개는 방식으로 수사에 관여해왔다”며 “영장청구권이 없으면 검찰로부터 독립된 수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철성 경찰청장도 “영장주의의 본질은 인신 구속 등 강제처분을 독립된 법관의 판단으로 하자는 것이다. 청구 주체(검사)를 헌법에 명시한 나라는 한국 뿐이다”고 주장해왔다.

헌법은 ‘체포ㆍ구속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헌법 12조),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헌법 16조)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헌법을 바꿔야 하는 ‘지난한’ 과정에 앞서 현실적인 대안을 찾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개헌을 통해 해당 조항을 바꾸는 게 맞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현행 헌법 하에서도 형사소송법을 일부 바꾸면 경찰이 실질적인 영장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리가 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먼저 거론되는 것은 검사의 영장심사를 형식 심사로 제한하는 방안이다.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이 법리적으로 타당한지, 논리의 비약이 없는지 등 형식 요건만 따지도록 하고 수사 내용에 대한 판단은 법관에게 맡기자는 거다.

이와 함께 변호사 자격과 수사 경력을 갖춘 일부 경찰관에게 영장청구권을 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특별검사’에게 영장청구권을 주는 것과 비슷한 법리다.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현직 경찰관은 200여 명이다.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일부 헌법학자들에게 위헌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 규범 마련 등 내부 개혁 준비도 박차

경찰은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는 것에 대비한 매뉴얼 제작도 준비하고 있다. 경찰 자체적으로 수사를 끝낸 후 검찰에 송치한 경험이 없어 기소 단계에서 갖춰야 할 요건이 무엇인지를 정리ㆍ배포하겠다는 의미다.

경찰위원회 정비와 자치경찰제 도입 등 경찰 비대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개혁 방안도 준비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시민단체 등 각계 인사로 구성된 경찰위원회가 경찰청장을 임명하도록 하는 등 경찰위원회를 강화하는 방안은 정책이 확정되면 바로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가 돼있다. 자치경찰제도 제주도처럼 생활안전, 교통, 지역범죄 등 주민 밀착 서비스에 대한 권한을 자치단체장에게 주는 정도라면 당장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국가범죄수사국(NCAㆍNational Crime Agency)을 본 딴 전문 수사기구 도입도 계속 추진 중이다. NCA는 미국의 연방수사국(FBI)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중요 범죄 수사 전문 조직이다. 조직범죄, 마약ㆍ불법무기 밀매, 인신매매, 사이버 범죄 및 경제범죄 등에 대한 광역수사를 담당해 ‘영국의 FBI’라는 별명도 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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