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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앞둔 코나, 티볼리·니로와 ‘女心 저격’ 경쟁 나선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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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호 12면

작은 차들의 큰 전쟁

현대차의 신형 SUV ‘코나’. 아직 정식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포르투갈의 광고 촬영 현장에서 실물이 자동차 전문 미디어에 포착됐다. [사진 오토위크]

현대차의 신형 SUV ‘코나’. 아직 정식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포르투갈의 광고 촬영 현장에서 실물이 자동차 전문 미디어에 포착됐다. [사진 오토위크]

올 하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작지만 큰 싸움이 벌어질 전망이다. 쌍용자동차가 ‘티볼리’를 내세워 지난해 50% 넘는 연간 점유율을 가져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 현대자동차가 신차를 내세워 처음으로 도전하기 때문이다. ‘생애 첫 차(엔트리카)’로 쌍용 티볼리와 르노삼성 ‘QM3’를 선택하는 20~30대 여성 소비자를 잡기 위한 전략이다.

현대차, 첫 소형 SUV 다음달 출시 #“펑키한 트윈 헤드라이트 혁신적” #티볼리 지난해 6만 대 가까이 팔려 #시장 전체로는 4년간 10배로 성장

다음달 나오는 현대차의 소형 SUV 이름은 ‘코나(KONA)’다. 준중형 차급인 투싼의 동생 격이다. 투싼·싼타페·베라크루즈 등 북미 휴양지 이름을 따온다는 전통에 따라 커피 산지로 유명한 하와이 코나를 골랐다. 지난달 티저가 발표된 데 이어 지난 10일에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광고 촬영 중인 코나의 실제 차량 모습이 유출됐다. 헤드라이트가 상·하단, 두 개로 분리돼 있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상단 주간주행등(DRL)과 방향지시등은 보닛 바로 옆에 날카로우면서도 역동적인 형태로, 헤드라이트는 그 밑에 따로 배치됐다. 미국 오토모티브뉴스는 “펑키한 트윈 헤드라이트가 혁신적”이라고 평가했다.

코나는 단순한 내수용 차량이 아니라는 게 현대차의 입장이다. 소형차로는 이례적으로 7인치 헤드업디스플레이(HUD)를 탑재했다. HUD는 속도, 분당엔진회전수(RPM) 등 주요 주행 정보를 차량 앞 유리에 나타내 운전자가 앞만 보고 운전할수 있게끔 만든 장치다. 독일 콘티넨탈, 일본 덴소 같은 글로벌 부품업체만 생산 가능하며 차량 한 대당 설치 비용만 최소 200만원에 달한다. 7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를 장착하고 1.4L 가솔린 터보 엔진을 달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순차적으로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코나 생산을 위해 올 1분기(1~3월)에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고 울산 1공장 라인의 현대화 작업을 진행했다. 현대차가 국내 공장에서 소형차를 생산하는 건 엑센트(1994년~현재)와 경차 아토스(1997~2002년) 이후 처음이다. 그간 1공장에서 만들어졌던 엑센트 물량은 기아자동차 멕시코 공장으로 이관된다.

완성차 경쟁 업체들은 현대차가 과연 코나의 가격을 어느 정도까지 낮출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2000만원 밑으로 맞춘다면 티볼리 대신 살 만한 상품성을 갖췄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대체적인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티볼리는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가장 낮은 가격이 1811만원이다.

코나 바로 다음에는 기아차의 ‘스토닉’도 이르면 올 7월 데뷔를 기다리고 있다. 코드명 YB로 불렸던 스토닉은 소형차 프라이드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소형 SUV다. 올해는 가솔린과 디젤모델을 내놓고 내년엔 1회 충전에 300㎞까지 주행 가능한 전기차 모델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기아차 국내영업본부 관계자는 “스토닉은 정확히 말하면 SUV 감각을 더한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이라며 “기존 프라이드 해치백의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CUV는 SUV에 세단·해치백 등이 크로스오버 형태로 섞인 차량을 뜻한다. 이에 더해 르노삼성도 올 하반기 QM3의 부분 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과거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소형 SUV 시장이 커지는 이유는 뭘까.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13년 1만2000대에 불과했던 국내 소형 SUV 시장은 지난해 10만5000대까지 늘어났다. 이 가운데 티볼리는 5만7000대가 팔렸다. 같은 기간 아반떼와 한국GM의 크루즈, 르노삼성 SM3 등이 포함된 소형차 시장은 22만5514대에서 21만4459대로 5%가량 규모가 줄었다. 2015년 9월 완전 변경(풀체인지) 모델로 나온 아반떼 6세대만 하더라도 지난해 6월(1만2364대) 이후 단 한 차례도 월간 1만 대 이상 판매된 적이 없다. 자동차 업계에선 월간 1만 대 이상 팔린 모델에 대해 ‘베스트 셀링 카’라는 이름을 붙인다.

장재룡 글로벌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에서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SUV· CUV가 인기를 얻는 게 메가 트렌드”라며 “예전에는 아반떼를 샀던 여성층과 2030세대가 이젠 독특한 SUV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구 수로 전 세계 2위(약 12억6000만 명)인 인도만 하더라도 소형 SUV가 전년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한 27만6000대가 판매됐다. SUV는 전체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절반 가까운 비중(46.1%)을 차지하고 있다. 대중차뿐 아니라 최근에는 고급 브랜드까지 소형 SUV 모델을 내놓고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대표적인 차종이 2015년 닛산 인피니티가 출시한 ‘ESQ’, 지난해 아우디가 내놓은 ‘Q2’다.

한국 소비자가 유럽과 달리 해치백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점도 국내에서 소형 SUV 시장을 더욱 성장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현대차의 친환경 해치백 모델 ‘아이오닉’이 지난해 국내에서 7399대 판매된 반면 동일 플랫폼으로 생산하는 기아의 소형 SUV ‘니로’는 두 배가 넘는 1만8710대가 팔렸다. 소형 SUV 부문에서 티볼리에 이어 2위다. 티볼리는 예쁜 디자인을 찾는 여성 운전자 공략에 성공한 사례다. QM3는 전체 고객 가운데 여성이 전체 50%에 달한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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