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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물 없는 무인도, 수박이 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정원생활자
오경아 지음, 궁리
338쪽, 1만8000원

무인도에 떨어져도 ( )만 있으면 살 수 있다. 다음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은?

① 수박 ② 양파 ③ 커피나무 ④ 산사나무 ⑤ 야자나무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를 집대성한 ‘정원판’아라비안나이트를 표방한 이 책에 따르면 정답은 수박이다. 베트남 왕자가 물도 없는 무인도에 버려졌는데 새똥에서 나온 씨앗에서 수박이 자라 물과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해준 덕분에 6개월이나 살았다는 것이다. 그 덕에 왕자는 누명을 벗고 죽음을 면했으며, 베트남에선 매년 1월 1일이면 수박 씨앗을 튀기거나 말려 먹는다니 믿어볼 만하지 않은가.

책에 등장하는 178가지 식물을 곰곰이 살펴보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방도는 얼마든지 있다. 루이스 새커의 소설 『구덩이』 속 주인공은 영양분이 가득한 양파 덕에 사막에서 탈출할 수 있었단다. 바흐처럼 “하루에 세 잔의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삶이 저녁상에 오르는 염소고기처럼 쭈그러들 것 같다”면 커피가 나을 수도 있다.

스피노자가 그랬던가.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노라고. 허나 나라면 야자나무를 택하겠다. 코코넛은 일용할 물과 기름을 공급해주고, 잎과 나무로는 입을 옷과 누일 해먹, 거기에 선선한 집까지 제공해주니 말이다. 책의 부제는 ‘크리에이티브한 일상을 위한 178가지 정원 이야기’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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