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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같은 사향쥐... '제2의 뉴트리아'될라

중앙일보

입력

사육 중인 사향쥐 [중앙포토]

사육 중인 사향쥐 [중앙포토]

사향을 채취하기 위해 국내 일부 농가들이 사육해온 사향쥐가 '제2의 뉴트리아'가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덩치가 큰 것은 몸 길이가 60㎝ 가량으로 세종시, 충북 청주, 충남 청양 일대의 자연생태계로 유출돼 활동 중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들 사향쥐가 자연에 적응해서 대량 번식할 경우 생태계를 교란할 위험이 높다.

2000년대 초 사향 대체위해 본격 수입 #현재 전국 4개 농가에서 1300마리 사육 #국립생태원, 청주시 하천서 자연서식 확인 #추위에 강해 전국 어디든 서식 가능 #습지식물과 농작물 먹는 초식이지만 #물고기, 개구리도 먹어 생태계 교란 우려 #

북아메리카 원산인 외래 동물 사향쥐. [중앙포토]

북아메리카 원산인 외래 동물 사향쥐. [중앙포토]

12일 국립생태원이 낸 '외래생물 정밀조사(III)'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종시와 충북 청주, 충남 청양 등 3개 행정구역 내 4개 지점에서 모두 5마리의 사향쥐가 발견됐다.

청주시 오송읍 하천에서 두 마리가 발견되는 등 네 마리는 활발히 활동 중인 상태로 관찰됐고, 한 마리는 포획 그물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됐다. 국립생태원 생태보전연구실 연구팀이 과거 사향쥐가 유출된 농가가 위치했던 청주시와 청양군 등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한 결과다.

연구팀의 이도훈 박사는 "현재 조사 반경을 넓혀 가면서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해 관찰된 것 외에 자연에 유출된 사향쥐가 더 있을 가능성도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물속에서 사향쥐가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 국립생태원]

물속에서 사향쥐가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 국립생태원]

사향쥐는 지난해 말 현재 경기 양주, 충남 청양, 전남 무안 등 전국의 4개 농가에서 약 1300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특히 과거 세종시와 경기 안성, 충남 논산·청양, 경북 경산 등 5개 농가에서 자연 유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연구팀은 파악하고 있다.

사육 중인 사향쥐 [사진 국립생태원]

사육 중인 사향쥐 [사진 국립생태원]

이 박사는 "아직은 자연계에 잘 적응해서 번식을 활발하게 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유출이 계속될 경우 자연에 적응해 뉴트리아처럼 번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사향쥐가 뉴트리아보다 추위에 강한 편이어서 국내 어디든 서식이 가능해 자연에 방출될 경우 폭넓게 퍼질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폐쇄된 사향쥐 사육장 [사진 국립생태원]

폐쇄된 사향쥐 사육장 [사진 국립생태원]

사향쥐는 설치목(目) 쥣과(科)의 포유동물로 미국·캐나다 등 북아메리카 원산이다. '물쥐', '늪토끼'라는 별명처럼 물속을 드나들며 산다. 수중생활에 적합하도록 코와 귀는 물속에서 닫을 수 있다.

황갈색·갈색·검붉은색의 털을 갖고 있다. 꼬리를 포함한 몸 전체 길이는 46~61㎝이며, 꼬리 길이는 25~31㎝ 정도로 뉴트리아보다는 작다. 몸무게는 평균 1.1㎏정도로 알려져 있다.
번식력이 높은 편이어서 연간 3~4회 임신이 가능하고, 한 배에 4~7마리씩 낳는다.

습지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사향쥐[사진 국립생태원]

습지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사향쥐[사진 국립생태원]

주로 마름·줄·부들 같은 습지식물을 먹고 살지만 서식지 인근 경작지의 옥수수·콩·수수 등 농작물을 먹어 피해를 주기도 한다.
초식이지만 먹이가 부족할 경우 물고기·개구리·도롱뇽·곤충 등도 먹어 생태계를 교란할 우려가 있다. 또 병원균과 기생충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어 사람과 동물에게 전염병을 옮길 가능성도 있다.

2005년 이후 사향쥐를 사육했거나 사육 중인 지역 [자료 국립생태원]

2005년 이후 사향쥐를 사육했거나 사육 중인 지역 [자료 국립생태원]

사향쥐는 사향노루에서 얻는 사향을 대체하기 위해 수입 사육되고 있다. 1998년 최초로 국내에 수입됐고, 2005년부터 본격 수입·사육되기 시작했다.
한때 전국 72개 농가에서 사육을 했으나 최근에는 수익성이 없어 사육 농가가 크게 줄었다. 사육 과정에서 질병이 퍼져 폐사가 진행된 것도 원인이다.

사향쥐에서 사향 물질을 채취해 화장품 재료 등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기초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않아 아직 상품화는 되지 않았다.
게다가 초기에는 사향쥐를 농가에 분양한 업체가 수매를 하기도 했지만, 이 마저도 끊겨 각 농가에서는 알음알음으로 주변 한의원 등에 판매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구팀은 보고서를 통해 사향쥐가 낙동강 유역을 중심으로 확산된 '제 2의 뉴트리아'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육 중인 개체가 더 이상 탈출하지 않도록 하고, 한 마리씩 철저히 체크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장기적으로 사육 농가를 없애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고, 자연 생태계에 유입된 개체는 적극적으로 포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향쥐 은신처[사진 국립생태원]

사향쥐 은신처[사진 국립생태원]

한편, 낙동강 수계에 퍼져있는 뉴트리아의 경우 90년대 가죽과 고기 용도로 수입됐다.
원산지는 아르헨티나·우루과이 등 남미다. 당초 예상과 달리 판매처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농장들이 문을 닫고 뉴트리아를 방사했다.

낙동강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외래종 뉴트리아 [사진 환경부]

낙동강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외래종 뉴트리아 [사진 환경부]

이 뉴트리아들이 낙동강 유역에서 굴을 파고 살면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뉴트리아는 몸길이가 43~63㎝로 꼬리까지 합치면 1m가 넘기도 한다. 농작물을 마구 먹어 치우고 습지식물의 뿌리까지 갉아먹는다. 부산과 경남·북에 퍼져 있으며 한때 1만 마리를 넘었으나 현재는 5000마리 정도로 추산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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