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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하고 몰입감 넘치는 미디어아트의 향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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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비엔날레 국제전이 열리는 ‘아르세날레(Arsenale)’는 중세부터 군함을 만드는 조선소로 세워진 곳이라 드높은 천장과 광대한 공간을 갖춘 고풍스러운 벽돌건물이 많다. 이 중에서도 북쪽 끝 약 1천 평 규모의 거대한 공간에 지금 거대한 미디어아트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다.
 14m 지름의 원형 ‘360도 이머시브 시네마(Immersive Cinema)’에 실시간으로 드로잉이 그려지고, 압도적인 크기의 4K 고화질 비디오에 게임 같은 영상이 흐른다. 한국 기업 ㈜패뷸러스(Fabulous Inc.)가 프랑스와 영국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인 필립 리스-슈미트를 큐레이터로 초청해 기획한 전시관 ‘하이퍼파빌리온(HyperPavilion)’이다.

한국기업 패뷸러스, 베니스에 '하이퍼파빌리온' 전시 개관

하이퍼파빌리온에 선보인 클레르 말리유의 작품 '전반적 기후'를 관람객들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문소영 기자

하이퍼파빌리온에 선보인 클레르 말리유의 작품 '전반적 기후'를 관람객들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문소영 기자

 360도 이머시브 시네마 작품 ‘전반적 기후’는 실시간으로 수집된 세계 각지의 기후 정보가 알고리즘을 통해 즉각 드로잉 같은 이미지로 실현되는 것으로 프랑스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클레르 말뤼유의 작품이다. 패뷸러스는 단지 작품을 초청했을 뿐 아니라 그 기술적 구현을 도왔다. 거대 4K 고화질 영상 ‘지오맨서’는 ‘미디어시티 서울 2016’ 비엔날레에도 참여한 바 있는 작가 로렌스 렉의 작품.

하이퍼파빌리온에 선보인 로렌스 렉의 작품 '지오맨서'.사진=문소영 기자

하이퍼파빌리온에 선보인 로렌스 렉의 작품 '지오맨서'.사진=문소영 기자

하이퍼 파빌리온에 선보인 뱅상 브로퀘르의 작품 '굴절'.사진=문소영 기자

하이퍼 파빌리온에 선보인 뱅상 브로퀘르의 작품 '굴절'.사진=문소영 기자

 그렇다고 이 전시에 단순히 크기로 압도하는 디지털 작품만 있는 것이 아니다. 화석 같은 돌 위로 멸종된 과거의 존재 혹은 신종 외계생명체 같은 것의 영상이 움직이는 테오 마솔리에의 작품은 매우 작으면서 극도로 치밀해서 오히려 우주적이다. 또 반(反)디지털적인 작품도 있다. 인터넷에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회사들의 이름이 적힌 카펫 위에 도사린, 거울로 덮인 시위진압용 장갑차는 사적 정보 유출의 공포가 판치는 현대를 다룬 아람 바르톨의 작품 ‘우는 천사들’이다.

하이퍼파빌리온에 선보인 아람 바르톨의 작품 '우는 천사들'.사진=문소영 기자

하이퍼파빌리온에 선보인 아람 바르톨의 작품 '우는 천사들'.사진=문소영 기자

 11일 현장에 있던 패뷸러스의 대표 정성복은 “이런 작품들이 있는 이유가 디지털아트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아트를 말하는 전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시대가 편한 사람도, 불편한 사람도 있는데, 그들 모두 보는 전시를 만들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베니스비엔날레 국제전에도 비디오 등을 활용한 미디어아트는 여러 점 있다. 하이퍼파빌리온 전시가 특이한 점은 작품들이 크게 어렵지 않으면서 그 물리적 규모나 치밀성, 오락성에 있어서 상당한 몰입감을 준다는 것이다. 정대표는 미디어아트가 바로 이러한 특징과 복제가능해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향유자에게 공급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녔기에, 엘리트서클의 전유물이라고 비난을 종종 받아온 순수미술에 대한 미래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패뷸러스는 국내외 유명 공연예술을 고품질 영상물로 만드는 작업으로 유명하며 정대표는 그 감독으로 활동해왔다. 또한 이 회사는 데이터 시각화, 미디어 디자인 등에서도 활약하고 있으며, 이러한 분야의 공통점은 예술의 대중화 및 디자인 혹은 정보와의 경계 허물기에 관련 깊다는 것이다. 정대표는 “좋은 컨텐트를 가진 아티스트들과 지속적으로 제휴해서 관람하는 대중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싶다”는 것이 포부이며 이번 하이퍼파빌리온이 그 일환이라고 밝혔다.
 베니스=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sym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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