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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뱃살' 습관이 문제다] '고기에 소주' 하루 열량 훌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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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뱃살,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지난 7월부터 한달 간 '직장인 생활습관 개선, 체지방을 잡아라'캠페인을 실시한 서울백병원 비만.체형관리센터 강재헌 교수의 개탄이다. 그가 왕진 가방을 들고 직장 문을 두드린 데는 이유가 있다. 평소 건강관리에 소홀하다가 환자가 돼서야 비로소 병원을 찾는 우리의 건강문화를 바꿔보자는 것.

그가 방문한 회사는 L쇼핑과 D건설.H호텔 등 모두 다섯 곳. 그는 회사마다 건강을 위협하는 뱃살 직장인들이 넘쳐나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강교수의 진료기록부에 나타난 직장인 비만과 건강의 현주소를 들여다보자.

?회사는 직장인을 살찌우는 곳?=우선 강교수의 흥미를 끈 것은 직장에 들어와서 체중이 늘었다는 직원이 많다는 사실. 특히 경력 1.2년차인 신입사원의 경우 90% 이상이 입사 후 몸무게가 증가했다. 원인은 직장의 근무행태와 회식문화. 저녁 회식 자리는 하루 필요 열량을 한끼에 섭취하는 과식의 현장이다. 소주 한 병 6백㎉, 고기 1인분 8백~1천㎉, 밥 한 공기 3백㎉… 이런 식으로 계산해 간단하게 2천㎉를 넘어선다는 것. 사먹는 점심 메뉴도 마찬가지다. 주로 설렁탕이나 해장국처럼 단품 매식이 주류를 이루는데 대부분 8백~1천㎉는 족히 된다.

회사의 배려가 오히려 건강 역기능 작용을 하는 경우도 있다. "연수를 다녀온 뒤 2~3㎏ 늘었다는 사람이 많아요. 식단을 보면 하루 4천~6천㎉나 되지요. 이처럼 칼로리가 높은 것은 회사가 연수기간 동안 직원들을 잘 먹이겠다고 육류 중심의 열량이 높은 식재료를 쓰기 때문이지요." 강교수의 해석이다.

그는 직급이 낮을수록 운동부족이 심하다 사실도 지적한다. 업무량도 그렇지만 '젊은 사람이 사치스럽게 건강이나 챙긴다'는 눈칫밥을 주는 직장분위기가 문제라는 것.

?외국은 이렇다=국내 기업의 직장인 건강관리는 1년에 한번 실시하는 건강검진이 고작이다. 결과를 보고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산업의학전문의가 배치된 기업조차 업무의 성격이 산업재해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건강증진이나 질병예방은 관심 밖이다. 그러나 선진국일수록 직장인의 건강을 기업주가 챙긴다. 이는 근로자의 건강이 노동생산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유는 딴 곳에 있다. 의료보험 회사에서 직원들의 건강상태를 평가해 보험료를 차등 부과하기 때문에 회사가 적극 나서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강교수의 설명. 반면 우리나라의 의료보험료는 월급 액수에 따라 결정된다.

?회사가 할 일, 개인이 할 일=스스로 건강을 챙기기 위해선 반드시 지켜야 할 몇 가지 수칙이 있다. 첫째 아침밥을 거르지 말 것. 식사를 거르면 인체는 '불경기를 대비해 긴축상태'로 들어간다. 점심이나 저녁에 섭취한 열량을 발산하지 않고 가능한 비축해 놓으려고 한다. 많이 먹지 않는 데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사람은 불규칙한 식사를 고려해봐야 한다.

둘째는 기호음료를 줄이라는 것. 자판기 커피는 50㎉, 음료 캔은 1백㎉, 포도주스 두 잔은 밥 한 공기와 맞먹는 3백㎉의 열량을 낸다. 미국에선 청량음료의 소비량이 비만과 비례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경계령'을 펴고 있다.

셋째는 원론적인 말이지만 많이 움직여야 한다. 30분을 걸으면 1백~1백50㎉가 소모된다. 이렇게 매일 움직여 소모되는 칼로리 1년치를 합산해 몸무게로 환산하면 7~8㎏이나 된다. 대중교통 이용.계단 오르기.식후 산책 무엇이든 좋다.

이번에는 회사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이다. 미국 뉴욕대학원 사회학과에서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인 4백92명을 대상으로 12주 동안 체중조절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남성은 평균 8㎏, 여성은 6㎏의 체중감소에 성공했다. 강교수는 "무엇보다 비만이 고지혈증.당뇨.고혈압 등 성인병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서 신체활동 장려, 체중관리 교육, 영양상담 등 건강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사내 건강문화를 가꾸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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