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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 책임” 박지원 대표 사퇴 … 안철수는 정치 계속 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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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오른쪽)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박지원 대표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패배했지만 좌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오른쪽)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박지원대표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패배했지만 좌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10일 “선거 패배의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다”며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안철수 후보가 21.4%의 득표율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24.0%)에게 뒤진 3위로 대선에서 패배한 데 따른 것이다.

안 “패배 경험, 자산 만들려 더 노력” #의원들은 호남마저 패배하자 충격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내분 가능성 #바른정당과 연대 문제도 본격 거론

박 대표는 이날 오후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지도부 총사퇴로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자”며 “다음주 선출되는 새 원내대표에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권한을 위임하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국민의당은 선거 패배에 이어 지도부 공백사태로 비상상황을 맞게 됐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해단식에서 “저는 패배했지만 좌절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패배의 경험을 대한민국의 변화와 미래를 위한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당장은 정치권을 떠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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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사태 일어날까=안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내줬다. 문 대통령은 안 후보에게 광주에서 61.14%대 30.08%, 전북에서 64.84%대 23.76%, 전남에서 59.87%대 30.68%로 완승을 거뒀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독자적 정치세력을 유지할지를 놓고 당 내부에서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며 “호남 중진 의원들의 입장에선 더불어민주당의 강한 연정 또는 협력 요구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영선 민주당 통합정부추진위원장은 이날 “국민의당은 형제 당”이라며 “저는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선 ‘(국민의당은) 내 당이다’는 심정으로 임해야 된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핵심 인사는 “박지원 대표만 끌어당기면 국민의당의 많은 의원이 끌려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국민의당 의원들 사이에선 탈당과 관련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많다.

◆일부선 바른정당과 연대 모색=이날 해단식에서 손학규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민주당이 집권당이라고 거기에 그냥 휩쓸려 가면 안 된다”며 “혹시라도 (민주당의) 유혹이 개개인에게 있다면 분명히 잘라 내고 우리 당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깃발을 높이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독자 생존을 주장하는 측에선 바른정당과의 연대 문제를 본격 거론하기 시작했다. 국민의당의 현 의석수는 40석, 바른정당은 20석이다. 안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면에서 생각이 비슷하고 지지층(중도보수)도 겹친다. 민주당 출신의 한 국민의당 의원은 “당장은 탈당보다는 바른정당과 연대가 구체화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박지원 대표는 ‘민주당과 통합, 바른정당과 연대 등 정계 개편 얘기가 나온다’는 질문에 “그분들의 희망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안철수의 미래는=안 후보는 이날 향후 거취에 대해 “당분간 재충전 시간을 가지겠다”고만 말했다. 당장은 숨고르기를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당과 안 후보가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정치인 안철수’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 대표는 이날 ‘정치인 안철수 인생은 계속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 한 인사는 “안 후보는 정치를 15년 한다고 했다. 이제 겨우 5년이 지났을 뿐”이라고 했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 후보가 초심으로 돌아가 새 정치를 부르짖고 정치 개혁에 앞장서는 것으로 차별화해야만 국민의당도, 안 후보도 생존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미·안효성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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