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경호실장에 '봉하마을 지킴이' 주영훈 전 청와대 경호실 안전본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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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장관급인 청와대 경호실장에 노무현 전 대통령 내외를 보좌한 주영훈(61) 전 경호실 안전본부장을 임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무엇보다 저의 공약인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잘 뒷받침해줄 분으로 판단한다”며 “광화문 대통령 시대에 맞는 경호 조직의 변화와 새로운 경호 제도, 새로운 경호 문화의 정착을 위해 힘써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과 맞물려 청와대 경호실을 폐지하고 이를 경찰청 산하 대통령 경호국으로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주 신임 실장은 민주당 선대위에서 ‘광화문대통령공약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문 대통령이 강조해온 '친근한 경호, 열린 경호, 낮은 경호' 원칙의 실천방안을 설계하는 역할을 했다.

주 실장은 경호실 조직과 청와대 내부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경호실 개혁을 주도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 실장은 충남 금산 출신으로 한국외대 아랍어과와 연세대 행정대학원을 나왔다. 1984년 청와대 경호실 공채로 들어가 노무현 정부에서 경호실 가족부장을 맡아 관저 경호 등을 담당했다. 이후 경호실 보안과장, 인사과장, 경호부장 등 요직을 거쳐 안전본부장을 맡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주 실장 임명 배경을 두가지로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친근한 경호, 열린 경호, 낮은 경호를 목표로 경호실이 거듭나도록 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청와대 조직개편안이 통과되는 대로 경호실도 개혁이 필요한데 조직을 안정시키고 개혁도 추진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호실 폐지에 따른 내부 반발이 나올 수도 있는 만큼 공채출신 내부인사를 발탁해 잡음을 최소화하려 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주 실장은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에는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가 노 전 부부를 경호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에도 권양숙 여사의 비서실장으로 곁을 지켰다. 지난 9일 문 대통령 당선이 확실해지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벅찬 감동이다. 봉하에 가고 싶다. 여사님 부둥켜안고 목놓아 울고 싶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앞서 주 실장은 지난 1월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이 ‘세월호 7시간’ 행적을 놓고 “관저에서 근무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자 페이스북에 이를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경호했던 사람으로서 진실을 호도하는 짓을 결코 묵과할 수 없다”며 “5공화국에서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등·퇴청을 안한 대통령은 아무도 없었다. 정말 나쁜 대통령이고 사악한 무리”라고 비판했다.

주 실장은 이날 문 대통령이 임명을 발표한 기자회견장에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 임종석 비서실장과 달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문 대통령과 가까운 김경수 의원은 “경호실장은 공개적인 인터뷰에는 나오지 않는 것이 관례라고 알고 있어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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