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 내정자 서훈 누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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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국가정보원장에 내정된 서훈(63ㆍ사진) 더불어민주당 안보상황단장(전 국정원 3차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외교안보분야 핵심 브레인이었다.

문 대통령의 서 내정자 발탁은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 개최 당시 서 내정자가 실무책임자로 참여했고 남북총리급 회담 대표로도 참여하는 등 풍부한 대북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특히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과 서 내정자는 각각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정원 3차장으로 손발을 맞춘 경험도 있다.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서 내정자의 업무 스타일은 꼼꼼함 그 자체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며 “‘절박하게 고민하다 보면 결국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격려를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1980년 중앙정보부(국정원의 전신)에 들어간 서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관리실장, 국정원 대북전략실장, 국정원 3차장 등을 역임했다. 2008년 이명박 출범 직후 퇴임할 때까지 28년 3개월간 국정원과 청와대를 오가며 북한 문제를 다룬 정통 정보맨이자 북한통이다. 서 내정자는 또 1 990년대 후반 2년 남짓 함경남도 신포 경수로 건설현장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서 내정자의 원래 꿈은 대학교수였다고 한다. 그는 사석에서 “대학(서울대 교육학과)을 졸업하고 해외 유학을 다녀와서 교수가 되고 싶었는데 당시 교수님의 권유로 진로를 바꿨다”고 말했다. 1970년대 후반 중앙정보부(옛 국가정보원)는 성적이 우수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원 채용에 나섰고 본인이 스카우트 대상이 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서 내정자는 한동안 중정 직원들을 피해 다니다 결국 정보맨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는 것이다. 그가 중정 입사 시험을 본 날이 1979년 10월 27일로, 고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당시 중정부장에게 시해 당한 다음 날이었다고 한다.

서 내정자가 국정원장에 임명되면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고, 국정원 개혁을 통한 대북 및 해외정보 수집 역량 확대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는 이날 인선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일단 남북관계가 대단히 경색돼 있는 것을 국민 모두가 안타깝게 생각하고 계신다"며 "남북정상회담 얘기를 꺼내는 건 아직 시기상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상회담의 효용성과 관련, 그는 "최소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매우 낮출 수 있다"며 "시급한 안보위협이 되고 있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물꼬를 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조건들이 성숙되면 평양에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 개혁과 관련, "국정원의 정치개입 근절은 어제 오늘의 숙제가 아니고 국민들께 심려를 많이 끼쳐드렸다"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정치 개입, 선거 개입, 사찰 등을 근절시켜 국정원을 정치로부터 자유롭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용수ㆍ김록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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