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역대 최다표차로 이겼지만 5년전보다 득표율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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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1987년 직선제 도입 이래 최다 표차 승리를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10일 오전 6시49분에 최종 개표를 마친 결과 문 대통령은 1342만3800표를 받아 2위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785만2849표)를 557만951표 차로 눌렀다. 종전까지 최다표차 승리 기록은 2007년 대선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1149만2389표)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617만4681표)를 531만7708표차로 이긴 것이었다.
다만 문 대통령의 최종 득표율은 41.1%로 1997년 대선때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의 40.3% 이래 당선인으로선 가장 낮은 득표율이었다. 이는 이번 대선이 다자구도로 전개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위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21.4%(699만8342표), 4위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6.8%(220만8771표), 5위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6.2%(201만7458표)를 각각 기록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득표율 41.1%는 5년전 대선때 자신이 거둔 48.0%보다 6.9%포인트가 하락한 수치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87년 28.0%→92년 42.0%)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87년 27.0%→92년 33.8%→97년 40.3%)은 출마할 때마다 득표율을 높여서 당선됐는데, 문 대통령은 득표율이 떨어지고도 당선된 첫 케이스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때 호남에서 90%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이번엔 60% 안팎으로 떨어졌다. 안철수 후보가 호남표를 잠식했기 때문이다. 반면 문 대통령의 영남권 득표율은 5년 전에 비해 비슷하거나 소폭 상승했다. 이때문에 문 대통령은 호남권 득표수는 5년전 284만2406표에서 이번에 210만515표로 감소했지만, 영남권 득표수는 250만8551표에서 264만6998표로 오히려 증가했다. 호남권 득표보다 영남권 득표가 더 많아진 것이다. 이 때문에 과거 때선때와 같은 지역별 표쏠림 현상은 이번에 상당히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이 영남권에서 지지층을 강하게 묶은 반면, 홍준표 후보는 과거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장악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보수 정서가 가장 강한 경북(48.6%)과 대구(45.4%)에서도 홍 후보는 과반 달성에 실패했다. 부산ㆍ울산에선 문재인 대통령에게 밀려 2위였다. 1992년 대선 이래 전신 정당을 포함해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영남권에서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선 바로미터 인천=인천이 대선의 ‘바로미터’ 지역임을 또 한번 입증했다. 이번 대선에서 문 대통령의 인천 득표율은 41.2%로, 전국 득표율 41.1%과 0.1%포인트 차에 불과했다. 18대 대선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인천에서 전국 득표율과 같은 51.6%를 얻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17대에선 전국 득표율과의 격차가 0.5%포인트,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될 때는 0.9%포인트 차이였다. 이처럼 인천은 매번 당선인의 득표율이 전국 득표율과 가장 근접한 광역단체다.
 충청권 표심을 얻은 후보가 대권을 쥔다는 공식은 이번에도 통했다. 문 대통령은 대전에서 42.9%, 충북과 충청에서 각각 38.6%로 1위를 했다. 서울에선 문 대통령의 중구 득표율이 41.2%로 전국 평균과 가장 비슷했다. 청와대가 있는 종로구에선 41.6%였다. 김정하ㆍ이소아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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