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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디에 썼던 건물일까

중앙일보

입력

강원도 정선 아우라지 유적에서 새로 찾아낸 돌무지 유적. 총 51개의 방이 벌집 모양으로 연결돼 있다. [사진 문화재청]

강원도 정선 아우라지 유적에서 새로 찾아낸 돌무지 유적. 총 51개의 방이 벌집 모양으로 연결돼 있다. [사진 문화재청]

도대체 어떤 용도의 건물이었을까. 또 언제 만들었을까. 현재로선 판단 근거가 없어 의문만 커지고 있다. 일종의 미스터리 유적이다.

정선 아우라지서 고대 건물 흔적 발견 #강돌로 방 51개 벌집 모양으로 만들어 #비슷한 유적 전혀 없어 용도 미스터리

 강원도 정선군 아우라지 유적에서 용도 불명의 유구(遺構·건물의 자취)가 국내 최초로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정선군 여량면 여량리 191번지 일원에서 크고 작은 방 51개로 구성된 적석(積石·돌무지) 유구를 찾아냈다고 10일 발표했다. 이번 유구는 강가에서 걷어온 돌을 벌집 모양으로 촘촘하게 쌓아 올렸다. 한국은 물론 중국 등 한자 문화권 일대에서 발견된 적이 없는 독특한 모양새다.

 이번 발굴은 강원문화재연구소가 진행했다. 강원문화재연구소 최종모 실장은 “전혀 상상이 안 된다. 건물 용도를 알 수 없다. 전세계적으로도 이런 형태의 유구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선 아우라지 돌무지 유적. 현재로선 용도를 전혀 알 수 없다. [사진 문화재청]

정선 아우라지 돌무지 유적. 현재로선 용도를 전혀 알 수 없다. [사진 문화재청]

 새로 발견된 유구는 길이 40m, 폭 20m 규모다. 길이 4~1.5m, 폭 3~2.2m 크기의 방 51개로 구성됐다. 방과 방 사이의 돌벽은 최고 1.5m에 달했다. 혹시 고대인의 무덤이나 창고, 혹은 주거시설은 아니었을까. 최 실장은 “유구 주변에 사람이 산 흔적이 전혀 없고, 부장(副葬) 유물도 나오지 않아 앞으로 다양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축조 시기도 미스터리다. 최 실장은 “유구 서쪽 끝방에서 4세기 말~5세기 초의 것으로 추정되는 한성백제 시대 단경호(短頸壺·짧은 목 항아리)와 토기 조각이 나왔지만 국내에 유사한 사례가 없어 조성 시기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발굴에선 신라 굽다리접시 3점과 청·백자, 상평통보, 돼지·말 뼈도 함께 출토됐다.

 강원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3월부터 아우라지 유적을 발굴하고 있다. 지금까지 두 차례 발굴에서 신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집터와 고분 유구 160여 기를 찾아냈다. 그 중 1기는 신석기시대 주거지, 62기는 청동기시대 주거지 유적으로 파악됐다.

 박정호 문화전문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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